마주 본 두 영혼 예술적 하모니…‘영원한 비상을 꿈꾸다’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소장품전…5월24일까지 ‘행복한 동행’전 이후 10년 만…회화·조각 등 21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4년 03월 13일(수) 19:54

김보현作 ‘새와 놀다’

김보현作 ‘날으는 새’

실비아올드作 ‘새 시리즈 1’

실비아올드作 ‘비상(In Flight)’

한국 추상표현주의 1세대 작가인 김보현과 그의 아내인 조각가 실비아올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소장품전 ‘영원한 비상을 꿈꾸다’가 오는 5월24일까지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에서 열린다.

김보현과 실비아올드를 추모하기 위한 기획전은 2014년 ‘행복한 동행’전 이후 10년 만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김보현의 회화 11점과 실비아올드 조각 작품 10점 총 21점을 선보인다.

김보현은 1969년 실비아올드와 결혼한 이후 어둡고 자유분방한 감정을 표출한 앵포르멜 작품에서 벗어나 1970년대부터 사실주의 회화작업을 시작하였다. 실비아올드 또한 아상블라주 설치작품에서 벗어나 유기체적인 조각작품을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며 영혼의 동반자로 40여년을 함께했다.

전시에서는 두 사람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과 새의 형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이 노년에 담기 시작한 자연과 동물, 새의 이미지는 낙원에 대한 향수이자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새의 형상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세상을 나타내며 영원한 비상을 꿈꿨다.

1실에서는 김보현의 ‘날으는 새’와 실비아올드의 ‘비상(In flight)’을 전시한다.

‘날으는 새’는 인물 주변에 검은 색을 바탕으로 부분적으로 노란색과 푸른 색을 첨가했다. 4명의 인물이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도상 속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새가 등장한다.

‘비상’은 철사와 줄을 엮어 수백 개의 망으로 연결하고 기르던 앵무새의 깃털을 꽂은 작품이다. 공중에 떠 있는 듯 하지만 망과 망 사이 존재하는 힘을 드러내며, 설치할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우연의 효과를 주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듯하다.

2실에서는 김보현의 ‘새와 놀다’, ‘푸른 꿈’, ‘해변가’를 비롯해 실비아올드의 ‘새 시리즈’ 2점을 소개한다. 특히 ‘푸른 꿈’은 김보현 작품 중 마티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으로 새-여인-액자가 있는 공간을 전후 위치와 관계없이 배치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3실에서는 김보현이 미국 9·11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9·11’과 2002년 전시한 이래 21년 만에 모습을 보이는 실비아올드의 ‘새의 노래’를 전시한다.

조선대미술관 관계자는 “김보현과 실비아올드 작품을 10년 만에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다”며 “‘새’의 다양한 형상을 통해 영원한 자유, 자연과의 합일로 나아가고자 했던 이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