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목포 고하도 용오름길 용의 등허리를 걸으며 이충무공의 ‘불멸의 혼’ 되새기다 |
| 2024년 03월 19일(화) 20:25 |
|
|
고하도는 ‘용섬’으로도 불린다. 좁고 길쭉하게 이어진 산줄기가 용을 닮았다. 용을 닮은 고하도에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 용의 등허리를 따라 용머리까지 걷는 길이라서 ‘용오름길’이라고 부른다.
목포 북항에서 목포대교를 건너 고하도 이충무공유적지주차장에 도착했다. 용오름길을 걷기 전에 이충무공유적지부터 들르기로 했다. 고하도선착장 방향으로 해변을 따라 걷는데, 바다 건너에서 영암군 삼호면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울창한 소나무숲길로 들어선다. 고하도 남동쪽 해변 동산에 이충무공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을 거둔 뒤 1597년(선조 30) 10월29일부터 1598년(선조 31) 2월16일까지 106일간 고하도에 머물면서 군진을 재정비했다.
고하도는 서남해안의 바닷길과 영산강의 내륙 수로가 연결되는 지점으로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 섬의 지형이 북서쪽이 병풍처럼 솟아 있어 겨울에 북서풍을 막아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배를 감추기에도 적합했다. 이곳에서 이순신장군은 군량미 수만 석을 비축하고 병사를 모아 훈련했으며 전선 40여척을 건조했다.
울창한 솔숲길을 따라가니 모충각(慕忠閣)이 기다리고 있다. 모충각 안에는 높이 227㎝, 폭 112㎝에 이르는 고하도이충무공기념비가 서 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고하도진을 설치하고 왜적의 침투를 막아낸 행적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비석이다. 일본군과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던 당시의 상황이 비문으로 적혀있다.
|
그윽한 솔향기를 뒤로 하고 고하마을 뒤편 도로로 내려서니 고하도 용오름길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길은 고하도 등허리를 이루고 있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포근한 흙길을 걷다가 바위지대를 지나기도 한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고하도선착장이 내려다보이고, 영암군 삼호면의 산과 대불공단이 가깝게 다가온다.
정상인 말바위를 지나자 용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은 고하도 산줄기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바다 건너에서는 목포 유달산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다. 유달산을 마주보며 단애를 이룬 해변에 설치된 해상데크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
전망 좋은 곳에 서서 좁고 길게 이어지는 고하도 산줄기와 내륙의 유달산, 그리고 푸른 바다가 어울려 만든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한다.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연결한 목포대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유달산과 고하도 사이를 오가는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쉼 없이 움직인다. 목포대교 밑을 지나 목포여객선터미널로 가는 여객선이 하얀 물보라를 만들며 달려간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는 신안의 여러 섬으로 가는 여객선이 운항된다.
목포해상케이블카 고하도승강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자 케이블카를 타고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케이블카가 머리위로 지나가고, 케이블카에서 내린 사람들은 고하도전망대 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목포시내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하여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자로 꺾여 바다 위를 지나 고하도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다. 탑승거리가 자그마치 3.23㎞에 달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목포 시가지와 유달산은 물론 다도해를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다.
고하도전망대에 도착하니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하도전망대는 이충무공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후 106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던 고하도를 상기한다는 의미에서 명량대첩 후 남은 13척의 판옥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올렸다.
|
고하도전망대에서 걷기 좋은 숲길을 따라 용머리로 향한다. 길 오른쪽은 천애절벽을 이뤘다. 푸른 바다와 유달산을 비롯한 남쪽해안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길가에는 목포를 소재로 쓴 시들이 줄줄이 전시돼 있다.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용을 닮은 능선과 해상데크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타원형을 그리며 뻗어가던 산줄기는 머리를 북쪽으로 내밀었다. 고하도 북서쪽 끄트머리를 용머리라 부른다. 용머리에서 바라보니 바다 건너 우뚝 솟은 유달산이 아기자기하고, 수많은 배가 정박돼 있는 목포 북항이 정겹다. 서쪽에서는 달리도 장좌도 율도 같은 작은 섬들이 고하도와 함께 목포를 감싸고 있다.
용머리 바로 옆으로 목포대교가 지난다. 2012년 완공된 목포대교는 총연장 4.129㎞, 너비 35-50m의 왕복 4차선 도로로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교량이다. 주탑과 케이블 모양이 목포의 시조(市鳥)인 학 두 마리가 목포 앞바다를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용머리에서 바다로 내려가자 데크형 해상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교량 아래에서 올려다본 목포대교가 웅장하다. 해상전망대에는 용이 비상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해상전망대에서부터 해안절벽 앞 바다 위에 놓인 1천818m에 달하는 데크길이 이어진다.
해상데크길을 따라가는데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데크 바로 옆에서 기암괴석이 아기자기함을 뽐내고, 바다 건너에서는 유달산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준다. 잔잔한 바다는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 위를 걸으며 행복해한다.
|
해상데크길에는 이순장군 조각상도 설치돼 있다. 명량대첩 후 이곳 고하도에서 전열을 정비해 1598년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다. 데크길은 해안동굴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고하도 해안바위에 있는 동굴들은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판 인공동굴이다. 해안동굴은 군인이 숨거나 자살특공정을 숨겨두는 장소로 쓰였다.
해상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고하도전망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 인공적인 조형물인 고하도전망대와 자연이 빚어놓은 기암괴석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다. 멀리서 다가오는 용머리와 목포대교가 늠름하다. 능선으로 올라가 고하마을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용처럼 꿈틀거리며 이어지는 산줄기와 유달산, 주변 바다가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고하도는 목포 남쪽해변에서 2㎞ 정도 떨어진 섬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 용의 등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고하도 용오름길은 용모양의 능선과 유달산, 바다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이충무공유적지주차장-이충무공유적지-용오름길 입구-말바위-고하도전망대-용머리-해상데크-해안동굴-엘리베이터-이충무공유적지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8㎞, 2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고하도이충무공유적지주차장(전남 목포시 달동 78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