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자치와 시민권력 / 서순복 |
| 2024년 03월 24일(일) 1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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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돼 있다. 국민(민중)의 권력이라는 의미가 가장 잘 표현된 것이 바로 헌법 제1조 2항이다. 민중권력은 바로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어원적으로 그리스어 ‘민중(demos)’과 ‘지배(krati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민중권력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기원전 5세기 경 그리스의 아테네라는 도시국가에서 출현했다. 왕이나 귀족들이 통치하던 것을 평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무너뜨리고, 모두가 참여해서 도시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직접했다. 물론 당시에는 성인 남자만 참여해 이뤄졌다.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다. 모두 다 모이기 힘드니까 10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누어서 50명씩 추첨으로 뽑아 500명을 구성해서 공동 의사결정을 했다. 500명이 국가의 의사결정을 했다. 예컨대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범인의 형량을 얼마로 할 것인지 등을 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지금의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성에 한계가 있다. 직접민주주의에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 마을민주주의 구현체가 바로 주민자치회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옆에 있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지금, 직접민주주의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합의과정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정책수용도가 높다. 또한 질이 높은 정책이 결정되고, 시민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등장해 효능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원래 주민자치회의 시범실시 모델 중에서 정부가 한국지방자치학회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중 가장 이상적인 모형으로 주민조직형을 제시한 바, 여기서는 읍면동사무소를 없애고 주민자치회 산하에 사무기구를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령상 불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협력형을 수정, 지금과 같이 읍·면·동사무소와 주민자치회를 병렬구조로 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의하도록 했다. 많은 자생단체들이 있지만, 주민자치회는 주민을 대표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훈련장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주인 역할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해외 주민자치 우수 사례로 흔히 스위스 글라루스주 란츠게마인데를 꼽는다. 참정권을 가진 주민이라면 누구나 지역의 최고의결기구이면서 주민총회 성격을 갖는 란츠게마인데에 참여해서 주의 법을 제정·개정하고, 1년 예산을 직접 결정한다고 한다. 안건마다 주민이 의견을 달리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경우 즉석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모두 투명하게 일반에 공개한다고 한다.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광장에 모여 진행하는 주민총회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행 지방자치법상 광의의 직접민주주의 구현 유형을 두고 있다. 주민투표(제18조), 조례의 제정개정 폐지 청구(제19조), 주민의 감사청구(제21조), 주민소송(제22조), 주민소환(제25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이 현실에서 구현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는 보호받지 못한다. 깨어 있어야 한다. 현 정부 들어서 주민자치 정신에서 후퇴 역행하는 조치들이 있었다. 바로 잡아야 한다. 시민권력이 행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