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인식 무뎌졌지만 손님은 늘지 않네요” ●‘수산인의 날’ 광주 전통시장 가보니 日 오염수 방류 7개월여…회복세 불구 상인들 ‘한숨’ 지난달 4차 이뤄져…구매자 원산지·품질 체크 ‘꼼꼼’ 주성학 기자

2024년 04월 01일(월) 20:41

수산인의 날인 1일 오전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수산물 코너가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한산한 보습을 보이고 있다./주성학 기자

“매번 안전 검사와 원산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줄어든 손님이 늘어날 기미는 잘 안보입니다.”

1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수산물 코너.

일부 상인들은 바지락, 키조개, 꼬막 등 어패류 좌판을 정리하고 또 다른 상인들은 갈치, 고등어 등 생선에 찬물을 끼얹는 등 ‘상품’을 팔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무색하게도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다.

4월1일은 수산업·어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수산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산인의 날’이지만 이날 시장 내 수산물 코너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

20여분 동안 수산물 시장을 지나간 손님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물건을 보고 가기만 할 뿐 구입한 ‘고객’은 없었다.

그 뒤로 또 20여분이 지나서 10여명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들어오자 상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쭈꾸미가 제철이라 알이 꽉 찼어요”, “갑오징어가 통통하니 맛있어요. 한번 보고 가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60대 부부가 쭈꾸미 가게로 발길을 움직였고, 열과 성을 다 한 상인의 설명에 쭈꾸미 1㎏을 구매했다.

2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40대·여)씨는 “지난해 오염수 방류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주말에는 그나마 손님들이 있지만, 평일은 그야말로 손님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뿐”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매번 안전 검사를 비롯해 원산지를 철저히 확인해도 정작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날 기미는 안 보인다”며 “한두 달 뒤면 더워지기까지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 쉬었다.

서구 양동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시장 내 반찬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수산물 코너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한 60대 여성은 멍게 등 어패류 가격과 함께 원산지를 물었고 상인은 “통영에서 잡았고 국내산”이라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결국 구매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상인 이모(50대·여)씨는 “지난해 오염수 방류 소식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가 조금씩 회복되긴 했다”면서도 “최근에 있었던 4차 방류에 다시 손님의 수가 줄어 큰일이다”고 하소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지난달 17일까지 4차례에 걸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방류량은 약 3만1천120㎥로, 일 정부는 앞으로 5만4천600여㎥를 추가 방류할 예정이다.

오염수 방류 이후 국내에선 안전성 검사 등을 강화했으나, 그럼에도 구매가 꺼려진다는 게 이날 시민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서구 양동에 거주하는 강태석(67)씨는 “제철 해산물을 좋아해 시장에 자주 온다”며 “오염수 방류에도 상인들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어 동해에서 온 해산물은 구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상인 김모(60대)씨는 “생태의 경우 일본산이 제일 저렴해 주력 상품으로 판매했었으나, 오염수 방류 이후 일체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줄어든 매출에도 허리띠를 졸라매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왔으나, 갈수록 수산업 종사자로 사는 게 힘들어져 가게를 접어야 할 지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