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김 양식 인생 중 역대 최고”…어민들 ‘함박웃음’ ●신안군 지도읍 김 양식어가 가보니 새벽 5시 고된 작업에도 수출 이바지 자부심 생산 막바지 불구 가격 급등 어민들 “이례적” 양시원 기자

2024년 04월 03일(수) 20:13

신안군 지도읍 앞바다에서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 김 양식 어민들이 김을 채취하고 있다.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진행된 수협 위판에서 김 가공업자들이 경매 전 수확된 물김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양시원 기자

“우리가 생산한 김이 한류 열풍에 기여하고 있당께 그동안의 노력, 고됨 모두 보상 받는 거 같아 오져부요.”

지난 달 28일 오전 9시께 신안군 지도읍 봉리 점암선착장. 1t급 소형 어선을 타고 20분 가량 들어가자 어의도와 신풍도 사이 드넓은 바다 위 부유식 김 양식장이 눈 앞에 들어왔다. 위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출항한 김 채취선들은 양식장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물김 채취에 한창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 이어진 고된 업무에도 김 양식업자들과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들뜬 흥분이 엿보였다. 올해 역대 최대치를 찍은 김 값 덕분이다.

김 양식 어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하다. 그동안 고품질 김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K-푸드’ 열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 열린 수협 위판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총 5척의 김 채취선이 물김 총 460망(1망 120㎏)을 위판에 내놓았다.

우비와 우산을 쓴 김 가공업자 20여명은 물김을 실은 배 사이를 넘나 들었다. 물김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며 꼼꼼하게 상태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위판이 시작되자 김 가공업체 관계자들은 가격을 적은 메모지를 수협 경매사한테 건네기 시작했다. 경매사가 “1번 배 34만5천원, 2번 배 32만9천원, 3번 배 35만4천원.” 외치자 경매를 지켜보던 어민들의 얼굴에는 상기된 표정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1983년 21세의 나이에 김 양식에 뛰어들어 올해로 41년 째 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주영길(62)씨는 “김 값이 지금까지 판매했던 가격 중 역대 최고”라며 활짝 웃었다.

주씨와 같은 김 양식 어민 사이에선 이 같은 가격 상승이 유독 뜻 깊다. 과거엔 생산량이 많아도 수요가 안 받쳐줘 과잉 생산으로 값이 하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김 가공 공장들이 수출 증가 속 설비를 대폭 확대하고 물량이 들어오는 즉시 수출하다 보니 재고가 없어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통상 10-12월에만 나오는 곱창김과 1월 초 생산되는 김 값이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에서도 김 생산 막바지에 들어선 3월 말 역대 최고가를 찍은 김 가격에 대해 현장 어민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주씨는 “K-푸드 열풍, 특히 김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삼각김밥과 냉동김밥을 안 먹는 나라가 없어지는 등 우리가 생산한 김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한 때는 쌀도 사먹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젠 수출에도 이바지하는 ‘수출 역군’으로 거듭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