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지도자 가치가 결정” / 오주섭 |
| 2024년 04월 25일(목)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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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권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지역구 투표에선 더불어민주당에 50.45%, 국민의힘에 45.05%의 표를 줬다. 양당의 득표율 차는 5.4%p에 불과하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도 상당하다는 방증(傍證)이다.
-교병필패(驕兵必敗)
정치지도자들은 “강함이나 승리를 믿고 교만한 병사나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한다. 교병필패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승리하면 교만해지고, 교만해지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상대의 능력을 얕잡아보기 때문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항해하게 할 수도 있고, 거센 폭풍으로 변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을 이번 선거 후에도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든지 자만심에 빠져 일방통행식 정치를 하면 언제라도 국민들의 마음이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독선과 아집의 카리스마가 지배하는 사회
카리스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나 자질”이다. 특히 역동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아주 중요한 자질로 여겨지며, 흔히 강한 추진력과 뚝심 있는 사람을 ‘카리스마가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카리스마를 규정하는 ‘추진력과 뚝심’이 ‘독선과 아집’으로 변질돼 버렸다. 요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행보를 보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사람처럼 아슬아슬하다. 카리스마가 아니라 언제든지 휘두를 수 있는 ‘칼(刀) 있으마’라고 내보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도자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1987년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식지 ‘행동하는 양심으로’에서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하나의 신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도자라는 사람의 가치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느냐 하는 점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바로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있었느냐, 또는 얼마나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국민을 대했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 나라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했느냐,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올바른 방향과 정책들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런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는가, 즉 어느 정도로 충실하게, 진심으로 국민을 대했으며 봉사했는가, 그 실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경심에 바탕을 둔 원칙중심의 지도력 필요
코비리더십 센터의 창립자이자 부회장인 블레인리는 그가 쓴 지도력의 원칙(The Power Principle)에서 지도력을 3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 독재자들이 사용했던 ‘강압적 지도력’. 둘째, 어떤 혜택이나 이익이 있을 때만 관계를 유지하는 ‘실리적 지도력’. 셋째, 존경심에 바탕을 둔 ‘원칙중심의 지도력’이다. 5·18광주민중항쟁과 19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직선제 개헌과 30여 년의 지방자치제를 경험하면서 축적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은 ‘원칙중심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정치지도자는 국민과 철저히 소통하면서 민주적 과정을 통해 중요 사안을 결정하고, 협상과 타협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정치의 기본 이념이자 신조
정치지도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하신 다음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나는 국민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정치의 기본 이념과 신조로 삼고 있다. 나는 국민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거나 국민에게 자비심을 베푸는 것과 같은 정치 자세를 경멸하며, 또한 증오한다. 국민을 경애(敬愛)하는 마음이야말로 나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결정짓게 했으며 나의 정치적인 방향을 설정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