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을 부르다 / 주홍
2024년 05월 09일(목) 18:22
주홍 치유예술가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다큐멘터리 ‘뒷것 김민기’를 보다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1987년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이 목이 터지게 함께 부르던 ‘아침이슬’, 우리가 함께 외치던 독재 타도! 그리고 얻어낸 6월29일의 선언, 우리는 주권자가 됐다. 물론 부정선거로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돼 좌절했지만, 우리는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아침이슬은 노래로 그 많은 사람이 하나가 되게 만들었고 금지곡이었던 그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김민기는 야산에 묘지가 보이는 수유리의 반지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막히면 노래를 짓고, 노래가 막히면 그림을 그리면서 보내던 젊은 시절, 아침이슬은 탄생했다. 자신의 경험을 노랫말로 곡을 붙이면, 그 노래는 모두의 경험으로 확장됐다.

당시 독재자 박정희는 1972년 유신을 선포하고 누구나 감금하고 누구나 죽일 수 있는 법으로 국민의 입을 막았다.

김민기의 노래는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다. 금지곡이었고, 그는 갑자기 의문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 야학에서 노동자들을 무료로 가르친다는 이유만으로도 잡혀가던 시절이다. 노래 아침이슬에는 ‘그의 시련’이 ‘나의 시련’으로 바뀌면서 노랫말이 터져 나오고 완성됐다고 한다.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이렇게 가사와 노래가 만들어졌고 그 노래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노동자들 서럽고 힘든 사람들의 억압된 가슴을 뚫고 나와 광장에서 거리에서 한목소리로 울분이 희열이 되어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다. 역사의 한복판에 이 노래가 있었다.

다 지나간 이야기 같았는데 다시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아침이슬을 부른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다시 떠 오른다. 대학 시절 김민기의 ‘친구’를 참 많이 불렀다. 우울했고 힘들 때 친구를 부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나고 다시 평온을 찾았다. 우울한 노래에도 힘이 있다.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듯, 진심을 주고 받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삶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가사도 좋지만 노래의 저음이 뭐든지 다 받아주는 따뜻한 품같다. 어두운 시절을 살 수 있게, 아니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이끌어준 문화의 든든한 배경, 김민기라는 거대한 못자리를 다시 보았다. 문화와 예술이 싹을 틔우고 자라고 결실을 맺고 생존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뒤에서 거대한 산이 되어준 김민기, 우리가 그 천재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친구’, 노동자의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만든 노래 ‘공장의 불빛’, 노동자 부부의 축가로 만들어진 ‘상록수’ 마음을 쓸어주는 서정성과 세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담긴 노래들을 올해 5월에는 불러야겠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아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노랫말을 음미하며 깊은 고요에서 나와 흥얼거리는 친구라는 노래가 광주의 5월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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