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을 것인가 감출 것인가 / 김영식
2024년 05월 13일(월) 17:45
김영식 남부대 교수·웃음 명상전문가
5월은 계절의 여왕, 가정의달, 축제의 달 등 다양한 행사와 기념일이 있는 바쁜 계절이다. 지갑에서 돈이 하염없이 나가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계절이기에 행복한 추억이 많은 장점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사생활을 일체 드러내지 않는 사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명 ‘토우 간(tou gan)’ 현상이다. 이는 중국의 MZ 세대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별한 행동 양식이라고 한다. 아마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현상인 것 같다. 이 현상은 ‘감정적 도둑질’을 의미하며, 이들은 자신만 볼 수 있는 소셜 미디어(SNS)를 개설하고 부모에게도 자신이 얼마나 버는지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며, 동거하는 커플의 경우 각자의 방을 따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동은 일상생활의 순응을 우회하는 ‘작은 저항’ 행위로 분석되며,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MZ 세대 중 일부는 ‘토우 간’을 추종하며, 초과 근무에 저항해 조기 퇴사를 하거나, 건강한 식습관과 절제된 생활 방식에 대한 반항으로 ‘기름진 테이크아웃’ 음식을 주문하기도 한다. 또한, 여행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지도 않고 소중한 추억을 비밀스러운 계정으로 간직하고 있다. 마트에서 라면을 몰래 으깨놓는 행위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는 경우, 남몰래 잠을 자기 위해 혼자만의 화장실을 찾는 경우,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할 사람이 몸에 문신을 크게 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처럼 ‘토우 간’ 현상은 젊은이들이 고압적인 업무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특별한 행동 양식으로 이해된다.

작금의 한국의 상황도 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사회적 걱정거리로 대두돼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 있는 현상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다문화 국가로의 변화, 4차산업혁명의 선두국가, AI 기반의 교육시스템, 의료 민영화 등 사회적인 변화가 우리 삶을 쓰나미처럼 덮칠 것이다.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들은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간에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어 낸다고 한다. 과거에는 깊은 깨달음을 위해 입산 수도를 하고 명상과 기도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려고 노력했고, 어른들에게 현명한 지혜를 빌려 우리 삶의 방향을 잡아갔다.

그러나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AI 시대에는 눈을 감고 기도하지 않아도 손가락만 움직여 불경과 성경을 통틀어 요약을 해주는 시대가 됐다. 가정생활, 종교 생활, 사회생활 등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나를 찾을 것인가? 나를 감출 것인가? 라고 질문을 해본다. 5월이 되면서 때 이른 장마 같은 비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홍수, 폭염 등 올 한해 여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세상의 변화를 보면 누군가 이미 짜 놓은 계획대로 하나하나 실행되어가는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총선 이후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지만 한 달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우리 삶은 혼돈이다. 무슨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의 삶에 눈을 돌려 숨쉬기 잘하고 한 끼의 식사에 감사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하는 작은 생활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나를 감추고 사는 삶을 살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오죽하면 가족에게도 자신의 삶을 숨기려고 하겠는가. 나를 찾는 인생의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행인지 알게 해야 한다. 그 여행에 함께 가는 주변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열어 보이도록 해야 한다. 슬프면 눈물 흘리고, 외로우면 손잡아달라고 손을 내밀고, 기쁘면 손뼉을 치며 함께 웃어보자. 얼마 전 종영된 ‘눈물의 00’에 나오는 박현우처럼 무언가를 너무 바라지 말고 오로지 곁에 있어 주고, 함께 숨 쉬고, 그냥 손잡고 아름다운 바람을 느끼면 족하다. 아카시아 향기는 말없이 그 향기의 여운을 남기고, 찔레꽃은 그 향기보다 가슴 절절한 사랑을 남기고 진다. 5월의 꽃이 지면 열매가 맺어 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온몸으로 품어 익어갈 준비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감추는 것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후회 없이 겨울을 맞고 또 봄이 온다. 이 아름다운 5월에는 감추지 말고 당신의 가슴도 활짝 열어 보자. 세상이 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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