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 잔설에 휠체어 이용자·시각장애인 ‘발 꽁꽁’ 빙판길 바퀴 헛돌기 일쑤…눈 피해 이동하다 포기하기도 점자블록 식별 불가…“매년 같은 문제 속 해결 요원” 한숨 주성학 기자

2025년 02월 10일(월) 20:35

10일 오후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배영준(28) 상임활동가가 인도 위 잔설을 피해 겨우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 내 대기 지점을 안내하는 점자 블록이 눈에 덮여 시각장애인들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이다./주성학 기자

“평소엔 괜찮지만 눈이 내리거나 그친 뒤에는 이동할 수가 없어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인도의 제설은 누가 해야 하는 건가요?”

10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쌍촌역 인근 인도를 지나가 보려던 배영준(28)씨는 도로 위 녹지 않은 눈과 일부 얼어붙은 구간에서 휠체어 바퀴가 계속 헛돌자 이 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부터 내린 폭설이 이날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광주 곳곳의 차도는 대부분 제설 작업이 끝나 차량 운행에 문제가 없었지만, 인도는 눈이 치워지지 않거나 빙판길이어서 보행자들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 등 ‘보행 약자’들은 이동에 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바퀴가 헛도는 건 기본이고, 경사진 곳에선 눈 때문에 도로 쪽으로 미끄러지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배 활동가는 이곳에서 약 50m 떨어진 지점까지 휠체어를 타고 가는 동안 수차례 멈춰야만 했다.

평소였다면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바퀴가 눈이 박히면 헛도는 게 심해져 털어내야만 다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화정동 한 인도 위의 점자블록이 잔설로 뒤덮인 걸 보고선 그는 “시각장애인들에겐 유일한 이정표가 사라진 셈”이라며 “눈이 내리고 완전히 치워지기 전까진 주변인의 도움 없이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분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남구 행암동의 한 인도는 비장애인들도 조심스럽게 발길을 내딛을 정도로 제설 상태가 심각했다. 이에 한 어르신은 몸을 의지하던 유모차를 차도로 끌고 내려와 이동했다.

불과 100여m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느리더라도 천천히 이동하던 배 활동가는 인도 곳곳의 잔설을 피해 가다 도저히 비켜 갈 수 없는 눈더미에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만 했다.

배 활동가는 “휠체어 이용자 입장에서 인도 한 켠에 쌓인 눈을 마주하는 건 막다른 길에 서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매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데 해결은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실적으로 즉각 제설 등 조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비장애인도 위험한 빙판길인데 대책이 없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하루하루 외출이 생존과 직결되는 이들이 상당한 만큼 ‘인도 제설 미흡’이 큰 문제라는 걸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인도에 남아있는 눈은 불편 민원이 들어오면 동행정복지센터에 협조를 요청해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도로처럼 모든 인도에 대해 제설을 하면 좋겠지만, 인원 등에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통장협의회나 주민자치위원들과 협조해 ‘인도 잔설’ 위험 순위가 높은 구간에 대해선 염화칼슘 살포 등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