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길이 나비효과로…필리핀에 희망을 심다 ●국제로타리 3710지구 첫 단독 해외 봉사 봉사단 60여명 지난 18-21일 로하스·칼리보 지역서 구슬땀 ‘글로벌 그랜트 사업’ 첫 연계 적십자 센터·당케고교 등 지원 수자원 시스템 준공도…현지인들 세종대왕 복장 환영 눈길 필리핀 로하스=박현진 기자

2025년 02월 27일(목) 20:57

아쿠나 마을 어린이에게 졸리비 치킨과 장난감 전달. <국제로타리 3710지구 제공>

칼리보 보건소에서 마지막 일정 후 기념촬영.

“작은 손길이 큰 변화를 만듭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나비효과가 돼 지속가능한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국제로타리 3710지구 봉사단이 지난 18-21일 필리핀 로하스(Roxas City)와 칼리보(Calibo) 지역에서 국제 봉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60여명이 참여한 봉사단은 ▲맹그로브 식수 ▲소아마비 백신 접종 ▲초등학교 봉사 ▲학교 화장실·음수대 설치 ▲예초기·학용품·생필품 등 전달 ▲로봇공학 연구실 준공 ▲이·미용 봉사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번 봉사는 현지 자매클럽 메트로 로하스(METRO ROXAS) 등과 협력하고, 국제로타리 지원과 3710지구의 모금·후원으로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특히 국제로타리 3710지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한 첫 단독 해외 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3710지구는 해외 봉사에 꾸준히 헌신해왔지만 그 공로가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어왔다. 이에 3710지구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봉사’라는 신념 아래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해양 생태계 보호 맹그로브 식수

봉사단의 첫 일정은 19일 오전 7시께(현지 시간) ‘파리나 에코파크(Palina Greenbelt Ecopark)’에서 시작됐다.

맹그로브 식수.

로하스는 1급수 해변을 보유한 지역이지만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맹그로브 식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봉사단은 3천500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으며 해안 침식 방지와 해양 생물 서식지 조성에 힘을 보탰다.

약 2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봉사단원들은 해양 쓰레기와 날카로운 조개껍데기가 널려 있는 뻘을 헤치며 구슬땀을 흘렸다.

맹그로브는 2-3년 후 깊게 뿌리를 내려 해안 침식을 막고, 해양 생물들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맨발 투혼을 펼친 신석전(64) 글로벌 사업 위원장은 “마치 대한민국의 60-70년대 모습을 보는 듯 하다”며 “맹그로브가 자라 물고기의 집과 피신처가 되고 수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을 생각하니 뿌듯하다. 나중에 자녀들과 다시 와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아마비 백신 1회 접종으로 평생 건강

봉사단은 로하스 보건소에서 60여명의 영유아에게 소아마비(폴리오) 백신을 접종했다. 또한 아이 부모들에게 양념, 기저귀, 생필품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이 지역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간단한 예방 접종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봉사단은 주사기 접종이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백신 2방울을 입에 떨어뜨리는 경구 투여 방식을 선택했다.

칼리보 보건소 소아마비 백신 접종 현장.

소아마비 예방 접종은 생후 6주 영유아가 적합 대상이지만 현지에서는 3-7세 아이들도 상당수였으며 대부분 치아가 썩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710지구 7지역에서는 로하스 보건소에 ▲혈당 측정 키트·채혈침 각 2만개 ▲혈당 측정기·사혈침 각 40개를 지원했다.

로하스에 사는 Jem(25·여)은 “멀리서 찾아온 한국인들 덕분에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특히 내 아기 마리아에게 큰 축복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21일에는 칼리보 보건소에서 65명의 영유아에게 추가로 백신을 접종하고 쌀과 분유, 간식 등을 제공했다.

◇국제 봉사에 ‘글로벌 그랜트 사업’ 첫 연계

봉사단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필리핀 적십자 카피즈 혈액 센터와 리바스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국제로타리 3710지구는 처음으로 글로벌 그랜트 사업(글로벌 보조 사업)과 해외 봉사를 연계했다.

글로벌 그랜트 사업은 국제로타리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거쳐 선정되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계획과 지속가능한 영향력을 갖춘 프로젝트에 지원된다.

봉사단은 적십자 카피즈 혈액 센터(PHILIPPINE RED CROSS CAPIZ CHAPTER)에 966ℓ 용량의 혈액 냉장고를 기증했다.

카피즈 지역은 연간 1만500여개의 혈액이 필요하지만 보관 시설이 부족해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기증을 통해 연간 500유닛 이상의 혈액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으며, 8천여명에게 혈액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표에 한층 가까워졌다. 해당 사업은 국제로타리 3710지구 광주용봉·초원 클럽이 주관했다.

리바스 초등학교를 찾아 이·미용, 댄스, 학용품 전달 등 봉사도 펼쳤다.

봉사단은 이후 당케 국립고등학교(Tanque National High School)에서 자동화로봇 연구실, 화장실, 음수대 준공식을 진행했다.

당케 국립고등학교 음수대 준공식.

당케 국립고등학교는 카피즈 주 로하스시에 있는 국립고등학교다. 학생수는 약 1천400여명이며 교사는 59명이다.

글로벌 그랜트 사업의 일환인 이 사업은 국제로타리 3710지구 광주수련클럽이 주관했으며, 약 4만9천달러(약 7천만원)가 투입됐다.

연구실에는 로봇 프로그래밍 및 엔지니어링 장비가 갖춰졌으며, 128여명의 학생들이 직접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에 도착한 봉사단을 맞이한 학생들은 한국·필리핀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고, 플래카드를 들고 합창과 연주를 선보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세종대왕 복장을 입은 한국어 특기생이 유창한 한국말로 “나는 조선의 세종이오”라며 인사해 봉사단을 놀라게 했다.

세종대왕 복장 현지 학생의 한국어 환영 인사.

Francine(16·여) 학생은 “지역의 20여개 학교 중 우리 학교가 자동화로봇 연구실 사업에 선정돼 영광”이라며 “새로운 화장실과 식수 시설로 학교 생활이 한층 더 편리해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Maria Theresa 교장은 “이 기자재들을 잘 이용하고 관리해 오랫동안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게 우리가 이 보답을 갚는 방법”이라며 “봉사단의 축복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쿠나 마을에 깨끗한 물을…수자원 시스템 준공

봉사단은 20일 필리핀 군부대와 협력해 타파즈 지역 아쿠나(Barangay Acuna, Municipality of Tapaz, Capiz) 마을과 초등학교를 방문, 수자원 공급 시스템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곳은 필리핀 원주민인 파나이·부키드논 부족이 거주하는 산골 마을로, 인구 약 1천200여명 70여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아쿠나 마을 수자원 공급 시스템 준공식.

해발 100m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신뢰할 수 없는 수원의 물을 이용하고 늘 물이 부족하다. 또 산 아래 하천까지 내려가 물을 길어와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에 봉사단은 저수조 보수, 운송 파이프 설치, 3천800ℓ 용량의 물탱크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주민들에게 시설 유지·보수 교육을 제공하고, 타파즈 지역 사무소와 협력해 점검·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이·미용 봉사, 음식·생필품·예초기·안경 전달, 댄스·동화 활동 등을 진행하며 주민들과 교류했다. 봉사단과 필리핀 군인들은 함께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등 K-팝 댄스를 추며 문화적 장벽을 허물기도 했다.

아쿠나 마을 이·미용 봉사.

광주·나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용민(37)씨는 “내 기술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재능기부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 고민 없이 참여했고,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 hashlee(12·여)는 “처음에는 외국인이 와서 머리를 잘라주고 이벤트를 해준다는 게 무섭고 낯설었지만 계속 선물을 주니 기쁘고 좋았다. 다음에도 또 오면 좋겠다”고 웃었다.

백현옥 국제로타리 3710지구 총재는 “이번 봉사는 3710지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활동이었다”며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고, 처음으로 글로벌 사업과 병행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당케 국립고등학교 학생들의 환영식에서 본 밝고 순수한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며 “생업과 병행하면서도 봉사에 함께해 준 단원들에게 깊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로하스=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