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한 달여 앞…기로에 선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 내달 말까지 정원 확보해야 2026년 3월 정상 개교 가능 목포·순천대 통합 미완…관련법 개정안 상임위 계류 악재 의료계, 정원 증원 반대…정부도 정원 동결 가능성 염두 道 “신설 의대 기존 정원과 별개…정부 대승적 결단을” 양시원 기자

2025년 03월 04일(화) 20:09

지난 2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 대토론회 및 범도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도민들이 국립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신설 문제가 사실상 성패의 기로에 섰다.

신설 대학 몫의 의대 정원 배정과 신입생 모집을 위해선 늦어도 4월 말까지는 관련 논의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정부 또한 최근 의대 정원 증원을 원점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 전남권 의대 신설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대타협은 하되 정부가 약속한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차질 없이 최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부의 결단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권 국립의대는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신설을 공식화했다.

전남도는 ‘의대 설립 대학을 정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정부의 1도 1국립대 정책에 부합하는 국립목포대-국립순천대의 대학 통합까지 이끌어냈다.

지난해 11월 ‘전남도 통합대학교 국립의대’를 정부에 추천한 데 이어, 12월 목포대와 순천대가 2026년 3월 통합의대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에 대학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남도와 양 대학이 목표로 한 2026년 의대 개교를 위해선 최종 마감 시한인 올해 4월까지는 의대 정원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전남 의대 신설의 키를 쥔 주무 부처들이 최근 대학 통합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전남 의대 몫 정원 배정에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으면서 전남 의대 신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2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와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여한 최현석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장은 “전남 의대는 대학 통합이 전제가 되고 있기에 충분한 학내 구성원 간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수급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서미화 국회의원의 전남 국립의대 정원 배정 여부를 묻는 질의에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통합 대학이 설립되는 과정을 봐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 통합 신청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통합의대 설립의 핵심 요건으로 대학 통합 기간을 단축시켜줄 것으로 기대됐던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계류 중인 것도 악재다. 당초 전남도는 개정안이 지난해 상임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안’은 대학 통합 모델 지원을 위해 기존 흡수 통합이 아닌 캠퍼스별 특성화를 토대로 자율성과 독립성, 일부 인사권까지 각 캠퍼스 총장에 부여하는 유연한 형태의 대학 통합을 지정·지원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으로는 유연한 모델의 대학 통합이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신청서 보완에 최소 수개월이 추가 소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도 전남 국립의대 신설 정원 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권 국립의대 정원은 신설 몫인 만큼 기존 의대 정원 증원과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는 전남도의 입장과 달리,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신설 문제를 하나로 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면에 계속

실제 16개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월16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의 원점 재논의를 이야기하면서 200명 정원의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의료계와 지역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정부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의료계 설득에 나서면서 전남권 의대 유치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의료 불모지’인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명분과 당위성이 충분히 입증됐으며 행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의정 갈등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전남권 의대 정원을 최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를 넘기면 다시 의대 정원 신설을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가 통합 절차를 밟고 있는 전남에 신설 정원을 배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전남 국립의대 설립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향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