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 김일태 |
| 2025년 03월 10일(월) 19:52 |
|
나라가 두 동강났다. 그간 우리 사회는 폭력과 증오가 앞선 정치적 이념, 갈등을 넘어선 성별 간의 혐오, 세대 간의 배타적 간극(間隙), 남북 분단의 고통, 지역 간의 격차와 감정,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 등 심각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심지어 기회주의적인 여야 정치인들은 계엄 이전에는 개헌의 ‘개(改)’자도 말하지 못하면서 혼란한 시기에 개헌을 꺼내들고 셀프로 3년 대통령 자리를 운운하고 있다. 정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탐욕스러운 작태인 것 같다. 지금은 내란을 종식시켜 헌정 질서 회복으로 망가진 외교력을 복원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위정자들이 망친 나라를 정상화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번 비상계엄 여파로 국내주식시장에서는 급매수로 외국인들은 떠나고 개미들마저도 투자금을 날리면서도 국내시장을 외면하고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폭락을 거듭해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저성장으로 대기업의 채용이 저조해 양질 일자리는 줄어들고 낮은 임금의 유통과 서비스업종의 기간제나 시간제 고용이거나 정부의 재정일자리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으로 중산층 서민 가계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생계유지에 고통을 받으며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고금리 대출 부담과 내수 침체로 골목길도 도심지 상권도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살림살이도 내란 사태 여파로 연말경기가 냉각돼 부가가치세 1.5조원이 덜 걷혔다. 또한 대외적 여건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발 관세 인상 압력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런 정치적 불안으로 지난해 성장률이 2%였지만 올해 들어 자동차, 기계장비, 1차 금속 업종에서 생산과 출하 감소가 두드러져 1.0%대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번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압력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법인세 세율 인하, 부자 감세, 규제 완화와 재정지출을 줄이는 건전성의 기조만을 고집했다. 그 사이에 국세수입(세수)은 2023년 56.4조원, 2024년 30.8조원이라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2년 연속 발생했다. 법인세는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실적 악화로 2024년 목표보다 15.2억원, 2023년보다 17.9조원을 걷지 못했고 오히려 소득세 1.6조원, 부가가치세 8.5조원, 상속세 1.1조원이 증가했다. 이처럼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소득세는 더 걷히고 일부 대기업은 실적 미달로 한 푼도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정책들의 수혜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집중되고 중·저소득층과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고용, 소득, 세수가 증가할 거라는 낙수 효과(trickle down)는 미미하여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의 경제 정책은 잘못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단편적인 연금 모수개혁, 중산층의 소득세와 상속세 개편, 경기 부양의 추가경정예산, 반도체 등 수출기업관련 지원 방식 등은 일시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며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의 길로 가는 것이 역부족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경제에서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Rewri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경제규칙 다시 쓰기)」(2016)에서 ‘경제의 작동 구조를 결정하는 규제와 법체계, 사회규범을 포함하는’ 규칙을 재정립함으로써 현재 시장 경제에 의해 초래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 중산층을 키우는 경제 대개혁을 역설했다. 이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현재 규칙을 과감하게 버리고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도록 시장의 경쟁적 작동과 금융개혁 및 세금과 이전지출 시스템을 복원하고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동기를 유발하며 중산층의 규모를 키우는 완전 고용 목표, 노동자 협상력, 노동시장 접근 기회와 경제적 안전망 확대”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스티글리츠의 다시 쓴 규칙을 한국경제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와 정책으로 재정립해 기존 경제의 지배구조를 바꿈으로써 부흥과 성장의 길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