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 잊지 않겠습니다”…목포서 ‘세월호 11주기 기억식’ 유가족·시민 등 200여명 참석 제주항공·이태원 유족도 연대 “반복되는 참사 더는 없어야” 기도·묵념·리본 등으로 추모 주성학 기자

2025년 04월 16일(수) 19:43

세월호 참사 11주기 예술인 기억문화제가 16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추모의 의미를 담은 노란 리본을 설치하고 있다. /김애리 기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유가족들은 물론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슬픔을 함께 나누며 너도나도 ‘안전 사회’를 염원했다.

◇강산이 바뀌어도 비통함 ‘여전’

이날 오후 3시께 목포신항에서 열린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억식 본 행사 전 현장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울려 퍼졌고 유가족과 시민들의 손목에는 노란 리본이 메어져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후 참사 희생자 고(故) 이호진군의 어머니 김성하씨는 기억사를 통해 “내 아들 호진아,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열한 해가 지났구나”라며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너를 유학 보낸 것 같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견뎌온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문득문득 울컥하며 눈물이 나지만 앞으로도 네가 유학 가서 잘 지내고 있다 생각하겠다”며 “세월과 함께 나도 늙어가다 언젠가 너를 만나러 갈게.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사를 낭독한 이세령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회장은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며 “그날 우리와 같은 학생들이 책임 없는 말과 무책임한 판단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밤하늘의 별이 돼 괜찮다’고 말해주는 304명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며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조용히 그들을 떠올리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고 눈물을 삼켰다.

◇‘동병상련’ 이태원·제주항공 연대

참사의 아픔을 나누고 연대의 의미로 함께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여전히 반복되는 인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가족협의회 이종민씨는 연대사를 통해 “이제는 국가의 무능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모든 정치적 이해보다 우선시 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랑하는 아이들을 더는 만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 땅의 아이들이 안전한 일상을 누리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연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호소했다.

이후 선언문 낭독을 마친 참가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재단 앞에 국화를 헌화하며 먼저 떠난 이들을 애도했다.

연대를 위해 기억식에 참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박인욱(70)씨는 “과거 해양수산부에 근무하며 세월호 수습에 참여했을 때는 유가족의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가족을 잃고 나서야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먼저 가족을 떠나보낸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기억식에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감추고 있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진실도 묻혀 있다. 이 나라가 언제쯤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체 찾은 일반 추모객도 ‘눈물’

기억식이 열린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주변으로 이동한 시민들은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시간이 흘러 곳곳이 부식된 세월호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펜스에는 1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추모하는 이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듯 색이 바랜 노란 리본들 사이로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함께합니다’, ‘사는 동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게요’ 등이 적힌 깨끗한 리본도 걸려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리본에 글귀를 적어 매듭을 짓거나 선체를 바라보며 양손을 모아 기도했으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듯 휴대전화로 선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강진 늦봄문익환학교에 재학 중인 서승현(17)군은 “이런 아픈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온 김균목(34)씨는 “세월호를 타진 않았지만 선원 기관사로 일하고 있어 참사를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가에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더는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