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국민통합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 오수열

2025년 04월 22일(화) 19:24

오수열 조선대학교 명예교수·광주유학대학 학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동에서 빚어진 6·3대통령 선거가 벌써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내 경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전혀 대선열기(大選熱氣)가 느껴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정치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까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등용하고 그 결과 그가 당시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정치의 ‘비상식적인 현상’은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인식을 크게 바꿔 놓기에 충분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불과 0.73%라는 사상 초유의 표차로 당선 된 윤석열 전대통령이 국회에서의 여소야대(與小野大) 현상을 무시한 채 보여 준 독단적 권력 행사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을 대화와 설득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무위원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가 계속되었고 행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대규모 삭감 등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계엄령이라는 ‘초헌법적 망상’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지위와 함께 국가 원수(元首)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지위는 당연한 것이고 국가원수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정치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대통령에게 입법·행정·사법을 통활하라는 의미보다는 국가 위기시 국민 통합(National Integration)을 도모하여 국정을 안정시키라는 취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선거’는 민주정치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대의제민주주의(代議制民主主義) 국가에서 선거는 무엇보다도 정치과정(political process)에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意思)를 반영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선거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분열된 국론을 선거 과정을 통해 하나로 모아가는 즉, ‘국론통합’의 역할을 수행 하는데 있다. 정당의 목적이 권력을 획득 하는데 있고, 정치인의 목적은 선거에서 당선 되는데 있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는 치열한 대립과 투쟁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호비난이 난무하기도 하고 흑색선전이 난무할 수도 있으며 과도한 인신공격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에는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고 형사재판정에 서면서 지지자들 간에 거의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극도의 대립상황이 이어져 왔다.

따라서 “선거 국면 또한 과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당내 경선이 본격화된 지금까지는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통령 탄핵으로 치루어지는 이번 선거가 지니고 있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계엄령 선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의 판(Field)은 상당부분 기울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계엄령 해제와 대통령 탄핵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 내의 세력 구조가 지나치게 단극화(單極化) 되어 후보 선출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선준비와 당의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당내 민주화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하여 탄핵사태를 초래한 ‘국민의힘’의 후보경선 역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이고 적지 않는 당원들이 탄핵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입장에서 선거는 누가 승리하는가를 떠나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선거 과정을 통해 정치과정에 수렴되고 그것이 당선자에 의해 국정에 반영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는 당내 경선이든 본선거이든 어느 한쪽의 완승과 완패보다는 최대한의 접전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도모되는 선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될 때만이 이기는 쪽도 유권자를 무서워하여 국민통합을 도모하려 노력하고 패배한 쪽도 희망을 갖고 더욱 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에서 초래된 선거이기는 하지만 이번 6·3대선도 후보자들 간에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상호비방보다는 정책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민주적이고 모범적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럴 때만이 선거가 갖는 중요한 기능인 ‘국민통합’이 도모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외에 산적해 있는 어려운 과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