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군 ‘빈집 리모델링’ 주택에 사는 청년들 / 이정록 |
| 2025년 04월 29일(화) 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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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입주자는 정O(39·여)씨의 세 가족이다. 강진읍 서쪽 장도마을에 산다. 리모델링 주택은 소담한 1층 양옥집이다. 광주에서 살다가 무안을 거쳐 강진으로 들어왔다. 광주에서는 학원을 운영했지만 강진에서는 펜션을 운영한다. 평소 로망은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구가하는 것이었다. 이곳저곳을 찾다가 강진을 택했다. 이유는 양육수당이나 아이돌봄 지원 등이 다른 지자체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제16호 입주자는 이OO(31·여)씨로, 디자이너 겸 행사기획자다. 병영면소재지 한복판에 있는 양조장 건물 내에 ‘불고기클럽’이란 상호를 내걸고 소품샵을 운영한다. 본업은 제품과 시각 디자인이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생업이 가능해 귀촌을 생각하다 4-5년 전 병영에 들렸다. 마을 돌담이 인상적이었고, 전통주에도 관심이 있는데 누룩 만드는 장인이 병영에 살고 있었다. 병영에서 살아볼까 하던 참에 2023년 하반기부터 강진군이 ‘4도3촌 병영스테이’를 운영했다. 병영성 근처 빈집을 리모델링한 ‘마을호텔’에서 시골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최장 6개월 동안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돼 병영 생활을 시작했다. 기념품 제작과 행사기획 관련용역을 여러 기관으로부터 수주했다. 서울 생활보다 수입도 많았다. 병영이 좋아 아예 살기로 작정했고, 제16호 입주자가 됐다. 강진살이 장점으로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해주며 수입이 좋다는 점을 꼽았다.
제20호 입주자는 작년 7월에 들어온 김OO(39·여)씨의 다섯 가족이다. 작천면 박산마을에 산다. 인터넷 사업을 하는 남편과 초등생과 유치원생과 갓난아이와 함께 산다.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서울서 살다가 층간 소음 문제로 마음을 많이 상했다. 시골살이를 해 볼 요량으로 농촌 빈집 활용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강진군 프로그램이 제일 체계적이었다. 연고가 없는 강진을 택한 이유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수가 많지 않아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는 지금 시스템이 좋다고 말했다.
제35호 입주자는 고OO(39)씨의 다섯 가족이다. 부산에서 이주해 강진읍 목리마을에 산다. 작년에 지원했다 1차에서 떨어졌다. 2차에 붙어서 올 1월 이주했다. 본인은 여행업에 종사한다. 부인은 강진읍에서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 빈집 제공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고 강진을 택했다. 강진의료원, 학원, 체육관 등 생활 편의시설이 리모델링 주택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이들 유치원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사업효과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189명이 전입했다. 전입 가구주의 59%가 수도권에서 왔다. 40대(35%)와 30대(33%)가 많아 청년인구 유인에도 도움이 됐다. 올 2월엔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빈집재생지원 사업지구’에 경북 청도 경남 남해와 함께 강진이 선정됐다. 이 사업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듣는 까닭이다.
주택 입주자들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필자가 직접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80.9점이었다. 강진군 ‘빈집 리모델링’ 프로그램을 지인들에게 추천할 의향도 강했다. 반면에 사업비를 증액해 단열과 보안시설을 현재보다 강화해 주길 원했다. 지금은 개보수 사업 범위가 본채에만 국한하지만, 마당과 부속건물과 주변 경관 개선으로 확대해 주길 원했다. 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농촌경관을 즐기려면 그래야 한다.
전입 가구주가 이구동성으로 주문하는 문제가 있었다. 가족 구성원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것이었다. 강진군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길 원했다. 전입자 대부분은 인터넷 쇼핑몰 등 본인들 일거리를 가지고 왔다. 반면에 남편이나 부인 일자리를 찾길 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값싼 주택 제공보다 일자리 알선이 사업 성패를 가를 듯싶다.
강진군 ‘빈집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때문에 강진군 모델은 전국적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안착하려면 전제가 있다. 그것은 전입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청년들을 계속 붙잡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핵심은 주택이 아니라 일자리라는 말이다. 전국 인구감소지역이 유념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