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노인 삶·농촌 기억, 동화로 피어나다 최갑진 동화집 ‘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 출간 최명진 기자

2025년 05월 11일(일) 18:44

우리네 농촌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산골동화집이 나왔다. 경남 함양에서 문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갑진 작가의 산골동화집 ‘햇볕 머문 자리마다 꽃 피는’(작가마을刊)이다.

현재의 산골의 이야기를 동화 형태로 제작한 이 책은 실제 우리네 농촌 생활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함양에 거주하면서 함께해온 시골 이웃들의 모습이 담긴 산골동화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최갑진 작가는 부산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으며 함양으로 이주한 뒤 ‘쉬미수미’라는 치유공간을 만들어 산골사람들과 영화보기, 책 읽기, 문화강연 등 다양한 농촌문화운동을 펼쳐왔다.

책에는 할머니가 죽고 외로이 혼자 살아가는 대숲 할아버지와 그 외로움을 하천의 두루미와 나누는 모습, 한동네에 사는 귀 어두운 할머니, 깻잎 할머니, 담벼락 할매, 영춘할머니, 칠구 모친 등 노인들만 사는 동네의 자잘한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농촌 노인들의 삶도 담담하게 펼쳐진다.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 도시로 떠난 지 오래고, 남겨진 노인들은 효심 깊은 자녀와 재산을 둘러싼 갈등 속에 마음앓이를 겪는다.

어느 날은 한 노인이 응급차에 실려 나가기도 하고, 마을에 빈집 하나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에 길고양이 아롱이와 다롱이, 갸걀갸걀 울어대는 개구리 그리고 두루미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동화적 정서를 더한다.

산골동화집 그림 컷은 수필가이자 미학자인 김설희(종희) 선생이 그렸다. 미학강사로 활동 중인 그는 틈틈이 그림 작업을 하며 지난해에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저자는 “마지막 빛 한 줌이 사라지기 전의 산골 마을을 그리고 싶었다”며 “허리 숙여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웠지만 잊혀져가는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삶의 모습을 이 책으로 기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