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지역 균형발전 / 주정민 |
| 2025년 05월 14일(수) 1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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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발전은 한국 사회가 가진 수도권 중심의 구조적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현재 수도권에는 상위권 대학과 양질의 기업이 집중돼 있어, 지역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번 수도권에 정착한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와 즐길 거리,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자체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을 유치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지역에서 고급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기업이 지역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제안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역의 9개 거점 국립대에 집중 투자해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지역 균형발전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존재하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주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들도 수도권에 사업체를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인 인구 밀집, 교통 혼잡, 집값 폭등 등도 완화할 수 있다.
9개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각 대학에 매년 3천억-4천억 원씩, 총 약 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매년 수십조 원을 지역 균형발전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효과적인 투자이다.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다양한 장학제도를 통해 무상교육을 제공한다면, 짧은 시간 안에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 거점 국립대에 투자를 집중할 경우, 나머지 사립대와 전문대는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거점 국립대가 발전해 지역 산업과 문화 인프라가 되살아나면, 인접 대학들의 가치도 함께 상승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이 활기를 되찾는다면, 자연스럽게 지역대학들도 활성화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 University of California) 시스템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 UCLA, UC 버클리, UC 샌디에이고 등 10개의 대학은 하나의 체제 아래 협력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교육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UC 시스템은 혁신적 연구, 탁월한 교육, 공공 서비스를 통해 지역 사회와 세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을 통해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지자체 중심 지역혁신 전략에서 대학을 핵심 축으로 삼는 모델로 전환한 긍정적인 변화다. 이러한 방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에 집중 투자하여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