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화재 현장 관련 ‘노쇼’라니, 기가 찰 일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05월 20일(화) 19:28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를 진압 중인 소방관을 사칭한 ‘노쇼’(허위예약)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말문이 막힐 일이다. 기가 차다. 최근 유행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양심불량 범행에 대해 엄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하루 뒤 남구 한 음식점은 신원 미상 인물에게 속아 금전적 피해를 당했다. 김치찜 15인분과 공깃밥 17개를 진화가 한창인 금호타이어 공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문 전화에 평소 가격보다 저렴하게 결제하기로 했는데, 가져가기로 한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주문자는 특정 업체의 전화번호를 남기며 방역복을 대신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광주시청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기범은 식당 측에 예약한 뒤, 특정 고급 와인을 구매해둘 것을 요청, 송금을 유도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캠프 및 당직자를 사칭한 단체 숙박과 식사 노쇼도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자와 정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매우 불순한 사례다. 소비 부진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에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도 묵과할 수 없다. 의심되면 즉시 각 당에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연예인, 공무원, 군인까지 다양한 신분을 판 범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다하다 대형 재난 현장까지 악용했다. 그나마 이번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에서도 위로가 되는 것은 소방·경찰관에게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 등의 훈훈한 나눔이다. 인근의 대형마트와 교회, 고려인마을 등에서도 구호 물품이 잇따르고 있다.

노쇼 사기에 강력하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타격이 크다. 대면 없이 대포폰을 이용하기에 검거가 어렵다고 하나 민생침해로 규정하고 단속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관공서는 전화로 고액의 물품 구매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체 예약 주문 시에는 일정액의 선입금을 받는 것도 예방을 위한 한 방법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등치는 참으로 씁쓸한 세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