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는 언어로 빚어낸 희망의 조각들 박준수 시인 제7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 출간 익숙한 일상 너머 감정과 계절 시 70여편에 담아 최명진 기자

2025년 05월 25일(일) 20:04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만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시를 쓴다는 건, 어쩌면 그런 행운과 마주치는 일이라는 걸요.”

박준수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를 펴냈다. 2020년 ‘들꽃은 변방에 핀다’ 이후 약 5년 만이다. 지난 3-4년 사이에 써온 작품 70여 편이 5부로 묶였다.

표제작이기도 한 ‘황금물고기를 보았네’는 제주 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낚시를 하던 중, 작은 황금빛 물고기를 잡았던 기억에서 비롯됐다. 박 시인은 그 물고기를 ‘행운이자 행복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바다 밑에서 눈에 띈 작은 생명체였어요. 잡았을 땐 굉장히 미묘한 감정이 일더라고요. 시도 그런 거죠. 어느 날 문득, 인연처럼 나를 찾아오니까요.”

그는 이 시집을 통해 “시를 쓴다는 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건져올리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어쩌면 그게 시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내 삶의 순간과 만난 어떤 감정이 시가 돼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박 시인은 오랫동안 사실적이고 직시적인 언어로 시를 써온 작가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너무 아픈 얘기만 써온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제는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졌습니다. 희망을 쓰고 싶었어요.”

그는 여전히 서정시를 쓰고 있지만, 이번 시집에서 감정의 결을 조금 더 섬세하게 다듬고, 표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시의 3요소가 은유, 리듬, 사유라고 하잖아요. 세 가지를 모두 갖추려 애썼어요. 한 편 한 편, 조금 더 다듬고 유연하게 써보자고 마음먹었죠.”

시인은 이번 시집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감정을 절제하며 사물을 바라보게 된 자신의 시선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고통을 표현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 고통을 품은 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를 쓰고 있어요.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자신의 철학과 신념, 삶에 대한 태도를, 2-5부까지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계절감 있는 시들이 자리한다. 올해 65세인 박 시인은 자신이 ‘가을의 시기’에 서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시집이 퇴직 이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했다. “3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막막함, 공허함 같은 것들이 시로 흘러나왔죠. 그 시간을 통해 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박 시인은 이번 작업이 “문학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시를 쓰며 살아가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깊이있게 쓰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 시집 한 권 정도를 더 펴낼 계획이다. 시선집도 준비 중이며, 최근에는 자전적 소설에도 도전하고 있다. “유년 시절이나 가족사를 담은 이야기를 언젠가 소설로 엮고 싶어요. 시도 계속 쓰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려고요.”

시를 삶 가까이에 두며 문학과의 거리감을 줄여온 그는 앞으로의 길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밝혔다.

“문학에 한걸음 더 다가선 지금, 그 걸음을 멈추지 않고 시의 길을 오래도록 걸어가고 싶습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