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뒤덮은 ‘검은 연기’ 성분 분석 골든타임 놓쳤다 화재 나흘째 들어 검댕 채취 시작돼 100-200g 필요…확보 난항에 중단 ‘인과관계 입증’ 피해 주민 몫 우려 불탄 원료 통한 추산 시점도 불투명 안재영 기자

2025년 05월 28일(수) 20:05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수일 동안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사진)의 성분 분석 등이 제 시기를 놓쳐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8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완진 선언이 이뤄진 이후인 지난 20일 오후 3시50분께부터 블랙카본(검댕) 채취를 시작했다.

검은 연기를 직접 포집해 분석하는 것보단 정확도가 떨어지겠지만, 먼지 형태로 떨어진 검댕의 성분을 분석하면 화재로 인해 어떤 물질이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진행해 온 검사 만으론 이번 화재로 어떤 물질이 유출됐는지 전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취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주변 도로와 인근 주거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검댕의 성분 분석을 위해선 100-200g이 필요한데, 그만큼의 양을 확보할 수 없어 채취는 중단된 상태로 파악됐다.

광산구 관계자는 “화재로 인해 검댕이 얼마나 낙하됐는지 확인하고 성분을 분석해보려 했으나, 한 곳에 모아져 있는 곳도 없었고 도저히 충분한 양을 채집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사실 소관 업무도 아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선도적으로 확인에 나선 것인데, 가동 중인 사업장 주변에 대한 확인이 아닌 전체 대기 환경 관리는 자치구 단위에서 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채취와 분석 관련된 업무를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역 환경단체 측은 “검댕 채취가 화재 발생 나흘째에 이뤄진 것은 좀 늦은 대처 같다”면서도 “사실 주민들의 피해 확인 차원에서라도 유해 물질 성분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등은 금호타이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금호타이어의 미흡한 조치를 지적했다.

실제 화재 진화가 한창이었던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공장 주변 곳곳에서 검댕이 맨눈으로도 목격됐으나 주민들 스스로 검댕을 지우기도 했고, 광주 곳곳에 비바람이 불기도 해 상당한 양이 씻겨져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성분 분석을 위한 시도가 이대로 멈출 경우 두통, 어지럼증, 목 통증 등을 호소하는 수천명의 주민들이 해당 증상이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보상을 받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검댕 분석을 통한 유해물질 간접 확인이 물 건너간 현 상황에서 남은 방법은 화재로 인해 어떤 물질이 얼마나 탔는지 파악해 추산하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그렇지만 이를 통한 규명도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불이 난 공장으로 사측도 들어갈 수 없어 피해 규모를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도 현 시점에선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피해 신고는 1만594명·1만6천563건으로 집계됐다. 접수 유형은 인적 피해가 1만3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는 물적 피해 4천988건, 기타 1천544건이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