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붕괴참사 4년 지났어도 책임 규명 등 진행형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06월 11일(수) 18:19

광주 학동 붕괴참사 4주기를 맞았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인재였지만 그 날의 참혹한 모습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말끔하게 치워진 상태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법원 판단만 남겨놓은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재판에 회부된 7명 중 2명만 실형을 받았을 뿐이다. 그것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엔 면죄부를 줬다.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은 허망하게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비극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사회를 반드시 건설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익을 우선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다. 피해자 및 취약계층의 권리와 지원,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독립적 기구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보장 등을 담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생명안전기본법 통과를 새 정부와 국회에 거듭 요구한다. 생명과 안전을 시민의 권리로 여기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현산은 반복되는 항소와 가처분으로 희생자 유족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덧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법적 책임을 겸손하게 받들어야 한다. 이미 약속했던 추모 공간 조성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공유해야 한다. 유가족이 요청한 사고 버스 운림54번 영구 보존 역시 어디에 둘 것인지 광주시와 합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올해도 피해자들은 참담한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애도했다. 하지만 위로와 회복을 위한 그 어떤 방안도 없이 수수방관하는 냉담한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는지 묻는다. 현산, 광주시, 동구청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똑같은 참사는 꼭 막아야 한다.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고, 기억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5주기부터는 이전과 확연히 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