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지역과 국가의 성장엔진이 되려면? / 주정민 |
| 2025년 06월 11일(수) 1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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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6.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7-8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성장률은 2000년 9%대를 넘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적으로 2-4위권에 들 만큼 높음에도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고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학 진학률만 높인다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의 양적 팽창이 곧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문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대학 수는 급속히 늘었지만, QS, THE 등 세계 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들의 순위는 일부를 제외하고 정체 상태이거나 하락세다. 반면, 중국과 싱가포르 등 경쟁 국가 대학들은 꾸준히 상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학생 수와 대학 수는 늘었으나, 교육과 연구의 질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대학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수 인재 유치와 함께,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은 15.6조 원으로 전체 교육예산의 15.1%에 불과하다. 별도 편성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도 16.4조 원이지만, 이는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2023년 기준 고등교육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71%로, OECD 평균(1.1%)에 크게 못 미친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역시 OECD 평균의 66% 수준에 머물러 최하위권이다. OECD 회원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교육보다 적은 나라는 한국과 콜롬비아뿐이다.
최근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2009년 이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대학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이 부족하면 대학 운영비 부담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결국 등록금 인상과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학 재정 부족으로 교육 프로그램 축소, 시설투자 지체 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식이 지자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지역발전 저해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혁신의 동력인 대학이 지역산업과 인재 양성의 허브가 되려면, 안정적이고 충분한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1971년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초중등교육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한 것처럼, 고등교육에도 별도의 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 최근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는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고등교육 투자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일회성에 그칠 우려가 크다. 고등교육의 질적 도약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특별회계의 연장 또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재정확보 방안이 시급하다.
대학의 질적 성장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적절한 재정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은 다시 지역발전과 대한민국 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