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자원회수시설 주민설명회 거센 반발에 ‘무산’ 市, 삼도동행정복지센터서 예정 동 주민·함평군민 행사장 점거 시청서 “위장전입 수사” 촉구도 광주시 “설명회 재추진 등 검토” 이옥근·주성학 기자

2025년 06월 26일(목) 19:57

26일 오후 광주 광산구 삼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자원회수시설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에 참석하려던 광주시 관계자가 주민들의 저지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김애리 기자·조영권 인턴기자

광주시 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 최종 입지 선정을 위한 절차인 주민설명회가 후보지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광주시는 26일 오후 2시 광산구 삼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자원회수시설 설치사업 전략환경·기후변화 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삼도동 주민들과 함평군민들의 거센 항의로 설명회를 열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해 12월 타당성 조사를 거쳐 자원회수시설 최적지로 선정된 삼거동 일대 환경 등을 분석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중 하나로, 시는 초안 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다.

초안에는 ▲물관리 ▲산림·생태계 ▲국토 ▲건강 ▲산업·에너지 등 항목별 조사 방향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삼도동 주민 70여명이 동행정복지센터 2층 계단을 점거해 시 관계자 출입을 막았고, 함평군민 60여명도 현장에 합류하면서 설명회는 무산됐다. 시는 두 차례에 걸쳐 통행로 확보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결국 되돌아갔다.

주민들은 “공모 기간 중 삼거동으로 전입한 30여세대는 위장 전입자”라며 “이들은 실제 거주지의 동·호수조차 모르고 있는데도 시는 진정서 접수 이후 실거주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함평군민들 역시 “삼거동 부지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배출과 침출수 유출 위험이 있어 인근 3개면(월야·해보·나산) 주민 4천여명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며 “광주시는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입지를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곽승열 광주시 자원시설팀장은 “위장 전입 의혹과 관련해 광산구청에서 현장조사와 서류 검토를 거쳐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며 “설명회를 공고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 삼도동 주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의견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추가 설명회 일정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함평군민들로 구성된 ‘삼거동 쓰레기 소각장 건설 저지 함평군민대책위원회’가 광주시청 앞에서 발대식을 열고 입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오민수 함평군민대책위 상임대표는 “전남도와 함평군이 오랜 협상 끝에 최근 ‘SOC 미래비전 정책사업’ 유치에 합의했는데, 반경 5㎞ 이내에 유해시설이 들어서는 데 대해 광주시는 군민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즉각 사업을 철회하고 군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다음 달 10일부터 광주시청 앞에서 무기한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삼도소각장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광주시농민회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요양병원, 종교시설 주소지로 위장 전입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시와 구청이 이를 묵인한 만큼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규탄했다.

한편 광주시는 오는 2030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법에 대비해 하루 650t을 처리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추진 중이다. 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반영해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하고, 협의를 거쳐 오는 9월 최종 후보지를 고시할 예정이다. /이옥근·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