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도시에서 ‘숨 쉬는 도시’로…인구 해법 다시 쓴다 ['글로벌 이주 허브' 광주·전남 대전환 이루자](1)프롤로그 변은진 기자 |
| 2025년 07월 14일(월)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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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이 ‘인구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대전환의 기로에 놓였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의 인구 기반이 급속히 약화돼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5년 간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남은 이미 다수의 기초지자체가 ‘소멸 고위험지역’에 해당한다. 광주 역시 순이동 인구(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인구)의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 ‘저출생’이나 ‘고령화’라는 단어는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현실이다.
문제는 속도다. 광주는 2020년을 기점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 국면에 진입했다. 2023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남은 이미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농촌은 물론 도시권에서도 청년층의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적 기반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민 정책’이다.
기존 인구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출산율 제고나 청년 인구 유입 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자체 차원의 외국인 유입·정착 전략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인구 구조를 재편하고 노동력과 경제 활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광주시·전남도는 최근 외국인 주민 증가와 노동력 수요 확대에 주목하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이민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주민 증가 추세를 반영해 중장기 외국인 주민 통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인구 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이민 정책’ 수립을 공식화했다.
전남도도 산업 수요 기반 외국 인력 도입 전략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인구 감소 위기를 외국인 이주 기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지역 차원에서도 본격화하는 것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이민 정책을 선제적으로 의제화한 사례다.
2024년 기준 광주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 주민 수는 약 3만명에 달한다. 2014년 1만2천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인구가 10년 만에 2.5배 가량 증가했다.
체류 자격도 다양하다. 제조업·건설업에 종사하는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고숙련 전문인력(E-7), 방문취업제(H-2) 대상자, 결혼이민(F-6) 가정, 영주권자(F-5), 유학생(D-2), 난민 등 광주 정착 외국인의 사연과 배경은 복합적이다.
최근엔 광산구, 북구, 남구를 중심으로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는 자녀 교육과 취업을 통해 세대 이주 형태로 정착하고 있다.
전남은 농촌 지역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축산업, 농업, 요양 보호, 단순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사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 현장 인력 수요와 외국 인력 유입이 연계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농업 등 산업별 수요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외국인력 도입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또 도 차원의 이민정책 도입을 위한 사전 논의도 시작된 상태다.
하지만 외국인 주민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광주시가 최근 발표한 ‘제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4-2028년)은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인 주민을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포용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에 방점을 찍고 있다.
광주시는 외국인 주민 증가 속도에 비해 지원 체계가 부족하고 정책 간 연계성이 낮다고 판단해 ▲문화 다양성 기반 소통 강화 ▲정착과 성장 기반 마련 ▲외국인 인권 증진 ▲글로벌 도시 도약 ▲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 5대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현장의 과제는 산적해있다. 광주에서 외국인 주민을 위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현재 광주국제교류센터와 일부 자치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부다.
외국인 대상 언어 서비스, 법률 상담, 고충 처리 창구,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수요가 있지만 예산과 인력 한계로 인해 서비스의 지속성·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체류 자격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거나 정책 대상이 결혼 이민자 중심으로 편중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경우 제도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주거·교육·복지 분야에서도 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외국인 밀집지역의 주거 환경 악화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 안전 문제와 주거비 부담은 물론, 다가구 불법 건물에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 거주하는 사례가 동시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자녀에 대한 방과 후 교육, 언어 적응 지원도 학교별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크며 복지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사각지대, 자녀 돌봄 공백, 임금체불 문제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민 인식 역시 주요 과제다. 광주시는 2022년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통해 외국인 주민에 대한 지역사회의 태도를 진단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시민 10명 중 3명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과의 일상 접촉이 적은 연령대와 일부 지역에서는 거부감이 더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을 동등한 공동체 구성원이 아닌 경쟁 대상이나 잠재적 부담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민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대화와 공감, 지속적인 홍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은 단순히 인구 대체 전략이 아닌 지역 산업, 교육, 주거, 문화가 통합 작동하는 종합 계획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방이 주도하는 이민 정책은 수도권과 달리 지역 산업 특성과 인구 구조, 정주여건을 반영해야 하며, 외국인을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정책 철학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실제 계획 수립 이후 관련 부서 간 협업 체계, 전담 조직 구성, 외국인 주민의 정책 참여 보장 등 후속 과제가 산적해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기획 시리즈 ‘글로벌 이주 허브 광주·전남 대전환 이루자’를 통해 광주·전남 외국인 주민 증가 실태, 정착 여건, 정책 대응 현황과 지방 주도 이민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총 10회에 걸쳐 다각도로 조망할 예정이다.
또한 캐나다의 이민 정책 성공 사례를 분석해 광주·전남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하는 한편, 인구 감소 시대에 지속가능 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사회적 조건과 과제도 제시한다.
/변은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