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과 쇠락의 갈림길에 선 광주의 선택은? / 이정록 |
| 2025년 07월 29일(화)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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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징후는 인구 감소다. 지난 5월 광주시 주민등록 인구수는 139만9천880명으로 집계됐다. 광주 인구는 2014년 147만5천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140만 명 선을 그럭저럭 유지했다. 그런데 이마저 붕괴했다. 청년층(20-30대) 유출이 결정적이었다. 작년 순유출의 73.6%를 청년층이 차지했다. 광주 인구를 140만 명 선으로 견인하는데 효자 역할을 했던 전남과 전북에서 전입하는 인구도 2023년부터 줄었다. 청년층이 떠나고 다른 지역에서 광주를 회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낮은 도시 경쟁력 때문일 테다.
두 번째 징후는 도시 이미지 훼손이다. 광주가 내놓고 자랑하는 것이 ‘민주·인권·평화 도시’다. 행정조직에 민주인권평화국장도 있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한 지 올해로 15년째다. 그런 도시가 최근 전국적 창피를 당했다. 소득에 따라 색상을 달리 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고 질타했을까. 광주시가 유독 자랑하는 도시 브랜드가 크게 훼손됐다.
세 번째 징후는 지난 6월25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공항 이전과 관련 이 대통령이 “예정 추산 이익이 얼마냐”고 물었지만, 광주시장은 “요즘 계산을 못해 봤다”면서 “2016년 계산”에 근거해 답변했다.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 현안 중의 현안이다. 역대 시장들이 재선을 위해 몰입한 과제다. 그렇다면 물가를 포함한 여러 요소를 반영한 합리적 개발 비용을 매년 추정해야 한다. 그것이 앞선 행정이다. 그런데 최근 통계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2016년 자료에 근거한 시장 발언은 엇박자였다. 광주 시정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네 번째 징후는 무책임 시정이다. 호남고속도로(동광주IC-광산IC) 확장은 광주 교통의 해묵은 과제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예타를 통과했다. 사업비(국비 50%·시비 50%)를 분담해 2029년 완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공사비가 최대 1조 원으로 추정되자 광주시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공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국회의원, 광주시의회, 일부 시민 등이 비판하자 재선을 염두에 둔 광주시장은 입장을 바꿨다. 지난 7월1일 광주시장은 “정부와 힘겨루기해서 국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대응 때문에 사업이 늦어졌다”고 해명하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다섯 번째 징후는 도시정책 트랜드에 역행하는 시정이다. 지난 7월14일 대전 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가칭)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안)’을 확정했다. 작년 11월 행정통합 추진 공동선언 이후 8개월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연말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욕심이다. 쉽지 않은 관문이다. 그러나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겠다는 결기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동하려는 ‘5극 3특’ 체계 개편과 맞물린 결정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반대다. 광주·전남·전북 ‘경제동맹’이란 엉뚱한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트랜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세계화 경제에서 슈퍼스타 도시 출현은 필연이다. 국가가 아닌 대도시끼리 경쟁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내 다른 대도시와 경쟁이 아니라 세계의 대도시들과 경쟁을 하며 지속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도시정책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광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 말이다.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유명한 도시에서 태어나는 것”이라고(이언 골딘, 톰리-데블린, 2023). 광주가 유명한 도시, 경쟁력을 가진 대도시로 우뚝 서야 시민들이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명견만리(明見萬里)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그 분수령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