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아라정신, 광주여성운동의 역사와 시민을 잇다 /정인서 |
| 2025년 07월 30일(수) 1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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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날 강연을 통해 조아라기념관의 향후 과제는 ‘역사 기록의 구심’과 ‘시민 참여 플랫폼’이라는 두 축으로 압축했다. 기념관은 조아라 선생의 헌신을 디지털로 보존하고, 동시대 담론으로 확장하며, 실천형 교육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심당 조아라기념관은 ‘광주의 어머니’라 불린 조아라 선생의 삶과 정신을 집대성한 공간이다. 기념관은 동시에 130여 년 광주여성운동사가 축적한 연대 교육 인권의 가치를 실천하는 현장이어야 한다. 이는 곧 조아라 선생의 생애가 광주여성운동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선생은 항일투쟁을 주도하고, 해방 직후 여성교육 복지운동을 전개하고, 산업화 시기 여성노동 현장을 돌보고, 5·18 민주화운동에서 생명을 걸고 학살 중단을 호소했다. 이러한 궤적은 광주여성운동의 계몽 독립 복지 노동 민주화 단계와 정확히 호응한다. 기념관이 걸어갈 길은 곧 광주여성운동의 미래를 비추는 길이다.
첫째,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 단계에서 조아라 선생은 수피아여학교 학생단 ‘백청단’을 조직하고 징역을 살았다. 선생은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했고 여성 항일투쟁의 상징이 됐다. 광주여성운동은 이 시기 ‘교육·신앙·민족’을 결합해 저항을 구체화했다. 조아라 선생이 세운 가치 기반이 광주YWCA와 지역 여성단체의 토대가 됐다.
둘째, 해방과 6·25 전쟁기 재건 복지 단계에서 선생은 폐교된 수피아여학교 재건을 주도하고 광주YWCA 총무 회장을 맡았다. 전쟁 고아와 미망인을 위해 ‘성빈여사’ ‘호남여숙’을 설립해 여성복지 모델을 창안했다.
셋째, 1960-7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선생은 ‘계명여사’ ‘별빛학원’을 세워 저임금 여성노동자와 청소년에게 직업 교육을 제공했다. 이는 여성노동운동의 토대를 강화하고 송백회 JOC와 같은 현장 조직의 의식화를 지원했다. 광주여성운동은 ‘권익·노동’ 이슈를 전면화하며 “여성 노동자가 민주화의 씨앗”임을 증명했다.
넷째, 1980년 5·18 민주화단계에서 선생은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계엄군에게 학살 중단을 호소하다 구금 고문을 당했다. 석방 후에는 부상자 지원과 진상규명운동을 이끌었다. 여성들은 가두방송 부상자 돌봄 등 다층적 역할을 수행해 ‘살아 있는 양심’이 됐다. 5·18 경험은 광주여성운동에 평화 연대 정체성을 부여했다.
위와 같은 역사적 맥락은 조아라기념관이 단순한 추모공간을 넘어 ‘광주여성운동 허브’로 도약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념관의 앞으로 방향은 다음 네 축으로 요약된다.
광주 여성노동 아카이브 구축이다. 여성노동 투쟁 자료, 사진, 전단, 노조 회보를 디지털 원본으로 수집 보존한다.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구자와 시민이 자유롭게 검색 열람 재가공하도록 한다.
‘숨은 여성 독립 민주화 인물’ 발굴 프로젝트 추진이다. 백청단 광주학생독립운동, 5·18 등과 연계된 여성 인물의 생애 구술 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한다. 연차별 인명록을 편찬하고, 가족 소장 자료를 디지털 컬렉션으로 공개한다. 발굴 인물을 주제로 마이크로 다큐 웹툰 전시 포스터를 제작해 대중 교육 자료로 활용한다.
세대공감 구술사 프로그램 운영이다. 1세대 여성 노동 민주화 활동가를 인터뷰할 청년 리서처를 양성한다. 인터뷰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음원 영상 클립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한다. 구술 내용을 기반으로 팟캐스트를 제작해 지역 라디오 SNS에 배포한다.
학교 지역 연계 교육 프로그램 확대이다. 초 중 고 교과 과정과 연동해 ‘광주 여성운동사’ 수업 모듈을 개발한다. 기념관 답사, 자료 열람, 미디어 제작 실습이 융합된 프로젝트형 학습을 운영한다. 교원 연수를 정례화해 현장 교육 활용도를 높인다.
이 네 축은 ‘아카이브 → 발굴 → 구술 → 교육’ 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조아라 선생이 강조한 배움과 연대를 오늘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모델이다. 기념관은 이 과정을 통해 광주여성운동사의 보존, 확장, 창작, 공유 기능을 통합한다. 동시에 지역 주민과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적 플랫폼으로 성장한다.
결론적으로 소심당 조아라기념관은 과거를 발굴해 미래를 창조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조아라 선생의 헌신은 광주여성운동사의 큰 물줄기로 흐르고 있다. 기념관은 이 물줄기를 디지털 데이터와 시민 참여로 넓히고, 세대와 국경을 넘어 확장해야 한다. 그때 광주는 ‘차별 없는 문화도시’ 비전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다. 이것이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자, 기념관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