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사회, 행복의 열쇠는 ‘봉사’입니다 / 김순권 |
| 2025년 08월 06일(수) 1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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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퇴직 이후 잠깐의 여생만이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30년 가까운 노후 생활이 펼쳐진다. 이 긴 시간을 단순한 소일거리로 보내기엔 너무 아깝고, 새로운 생계형 일자리를 구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 그래서 봉사가 필요하다. 돈을 위한 노동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고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참여로서의 활동, 그것이 바로 ‘봉사’이다.
◇봉사는 ‘행복 근육’을 단련하는 길
현대 뇌과학은 봉사의 효능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누군가를 도울 때 우리의 뇌는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는 우울감을 낮추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고령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감이 낮고, 삶의 만족도는 높았으며, 평균 수명도 길었다. 봉사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행복 훈련’이다. 우리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하듯 행복도 봉사를 통해 단련될 수 있는 감정이다.
◇초고령화+AI 사회, 봉사 없이는 공동체도 없다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으로 전통적 일자리는 줄고 있다. 고령층과 청년층 모두에서 삶의 의미와 역할 상실은 깊은 위기감을 낳고 있다. 단절과 고립, 소외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질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 회복이 절실하다. 과거 마을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해냈던 돌봄과 연대의 기능을, 이제는 자원봉사 문화와 사회적 돌봄 체계가 대신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삶의 의미를 찾는다. 특히 노년기에는 이러한 감각이 더욱 중요하다. 봉사는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이다. 청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경쟁과 고립 속에서 지친 청년들에게 봉사는 자존감과 사회적 연결을 회복시키는 통로가 된다.
◇봉사, 교육과 문화로 ‘습관화’돼야
봉사는 자연스럽게 실천되지 않는다. 습관이며, 배워야 할 문화이다. 정직, 배려, 인내와 같은 시민 덕목처럼 나눔과 봉사도 어릴 때부터 체험 중심 교육으로 익혀야 한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자원봉사 시간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적인 참여와 실적 채우기가 대부분이다. 이는 오히려 ‘봉사’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고, 나눔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성 있는 봉사교육, 감동과 성찰이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지역 사회, 종교기관, 기업, 공공기관 등이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봉사 플랫폼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 어르신은 방과 후 돌봄에, 청년은 독거노인 디지털 지원에, 퇴직 전문가는 마을 학교 멘토로 참여하는 식의 세대 간 협력 모델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봉사는 삶의 철학이다
종교가 진리와 철학을 통해 인간에게 방향을 제시하듯 봉사도 삶의 의미를 재정의해주고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철학이다. 자신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손길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감각은 그 어떤 말보다 큰 감동을 준다.
나이 들어 사회 중심에서 물러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그것이 삶의 품격이다. 봉사는 그 품격을 지켜주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우리 사회가 봉사하는 문화, 참여하는 공동체, 연대하는 시민정신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초고령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이제는 단지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시대이다.
그 물음에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장수사회, 행복의 답은 봉사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은 지금, 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