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 XVII -고독한 약자들의 보편적 사랑 이야기(II) / 강동완 |
| 2025년 08월 10일(일)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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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 AI의 무분별한 개방을 우려하는 지금,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수단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보편적 사랑’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사랑이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입과 혀를 통해 발현되는 진실한 ‘말’의 보편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고독한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침묵을 깨고 말을 거는 일이다. “내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웠어.” “문을 열어줘서 고마웠어.”
이 대사는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관계를 시작하는 중요한 순간을 나타낸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클레어와 올리버는 서로 망설이며 묻는다.
클레어: “너랑 같이 있는 게 어색하고 좀 이상해.”
올리버: “아니 그게 이상한 게 아니지?”
이 짧은 문장에는 불안, 기대, 설렘, 두려움이 공존한다. 인간처럼 감정을 학습해 가는 로봇의 첫 고백은 새로운 연결의 시작이다.
이 장면은 인간이 말문을 열 때 뇌 속 편도체(감정), 전측 대상회(공감), 브로카 영역(언어 생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말하기는 뇌와 입의 정교한 협업이며, 고독한 자들이 관계를 여는 데 핵심적인 상호작용이다.
『자기 앞의 생』 후반부에서 어린 모모는 병든 로자 할머니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간병하며, 조용히 말한다.
“이젠 내가 로자 할머니를 지켜야 해요. 사랑은 지키는 거니까요.”
이 고백은 단순한 보호 본능을 넘어선다. 이타적 사랑은 내측 전전두엽과 시상하부(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하며, 이는 애착 형성의 핵심 기제다. 모모의 ‘지키는 사랑’은 고독과 불안을 극복하는 뇌의 사회적 진화를 상징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올리버와 클레어가 기억을 공유하며 나누는 대사는 시와도 같다.
클레어: “나는 왜 슬퍼했을까요? 왜 울었을까요?”
올리버: “그건... 네가 행복했기 때문이야.”
클레어: “사랑이란 슬픔이었나요? 후회였나요?”
올리버: “아니, 사랑은 너의 모든 감정이었어.”
이 시적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며, 측두엽(청각·언어), 전두엽(감정 조절), 입과 혀, 턱, 구강 근육의 감각운동계를 복합적으로 활성화한다. 말하고 노래하고 대화하는 순간, 입은 시를 쓰는 펜이 되고, 말은 사랑의 언어로 가공된다.
뮤지컬과 소설 속 고독한 인물들은 공감을 통해 사랑을 실현한다. 이는 거울 뉴런 시스템의 작동이다. 표정과 목소리를 보고, 듣고, 따라 하며 감정을 ‘모방하고, 이해하고, 공유’하게 된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을 흉내 내며 감정을 배우지만, 점차 그들 고유의 감정으로 변화시킨다. 모모는 로자에게 배운 공감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런 정서 모방은 시냅스 가소성을 통해 진정성으로 전환된다. 반복되는 정서 경험은 뇌 회로를 새롭게 구성하고, 약자의 뇌는 사랑을 통해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이것이 ‘약자의 뇌는 사랑을 통해 재구성된다’는 치유의 메커니즘이다.
사랑은 말과 노래, 먹기와 숨쉬기, 입맞춤과 미소로 표현된다. 이 모든 행위는 구강-안면 근육과 감각신경의 정교한 협업이며, 인간 존재가 얼마나 입을 통해 삶을 살아내는지를 보여준다. 치과 진료실에서 치과의사는 단지 치아와 잇몸이 아니라, 먹고 말하고 사랑하고 상실을 겪은 인간의 서사 전체를 만난다.
고독한 약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뇌건강 치과학은 ‘인간 존재의 회복’이라는 문화적·심리적 관점을 품게 된다. 이는 단지 기능적 치료를 넘어, 말하고 사랑하는 뇌-구강 시스템을 회복하는 ‘뇌건강 인문 치의학’의 미래를 제시한다.
사랑은 종종 말보다 깊고, 때로 말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고독한 약자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언어다. 그 언어는 입으로 전해지는 기억이며, 뇌에 새겨지는 감정이다. 앞으로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은 이러한 ‘사랑의 언어’를 회복시키는 고독한 인간 존재의 회복을 위한 심리적·사회 문화적 치료학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