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억으로 새겨진 ‘예레미아의 노래’ 허달용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展…내달 3일까지 브리티갤러리 최명진 기자

2025년 08월 24일(일) 19:49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

‘잊혀진 존재를 위한 애도와 기억의 회화.’

허달용 작가 개인전 ‘예레미아의 슬픈 노래’가 오는 9월3일까지 브리티갤러리(서구 대남대로 440)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구조적 침묵을 회화적으로 드러내며, ‘삭제’와 ‘침묵’을 중심 키워드로 삼고 있다. 신작을 포함한 회화 작품 43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손끝으로 직접 지우고 덧입히는 추상적 화면을 통해 잊혀진 존재들과 목소리를 잃은 이들에 대한 애도를 담아낸다.

전시 제목은 구약성서 속 예언자 예레미아(Jeremiah)에서 비롯됐다.

멸망 직전의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비탄의 노래를 불렀던 예레미아의 모습에 작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겹쳐 본다. 그 속에서 고통과 무너짐, 침묵의 무게를 화면 위에 투영한다.

작품은 대부분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일부는 원색과 흐름,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려진 표현이 특징이다.

이는 회화를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닌 ‘몸으로 말하는 기록’으로 인식하는 작가의 관점을 반영한다. 흰색은 공백이 아니라 말소된 진실이며, 손가락은 그것을 지우고 드러내는 양날의 도구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단지 회화의 물성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에 대한 시각적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내 눈은 눈물샘 같아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멈추지 않는다’(예레미아애가 3:49)는 구절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역사 속에서도 고통은 매번 새롭게 다가오며 무너진 신뢰와 침묵하는 공동체, 분열된 사회 안에서 예술가로서의 책무를 고찰하게 된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토·일요일은 휴관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