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 병영상인(兵營商人) 이야기 / 신춘우 |
| 2025년 09월 16일(화)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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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라병영의 규모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라도 53주(州) 6진(陣)을 관할 하는 육군 최대기지로 이에 따른 군사적 경제적 활동과 관련된 상업조직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전해지는 바로는 전라병영 부임을 위하여 한성(漢城)의 대소관헌(大小官憲)들과 양반, 선비들이 강진 병영으로 대거 이주했으며, 병영 지역민들 역시 병영성 축조사업에 적극 참여하거나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상업을 선택하게 되면서 상단이 형성됐다고 한다.
병영을 중심으로 한 강진 지역은 지리적·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상업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진은 오래전부터 해상무역의 물품 거래가 처음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해상무역의 중심지가 된 것은 지리학적으로 해류(海流)와 조류(潮流)의 자연적 영향이 제주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지중해 서쪽 항로로도 연결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강진만(康津灣)은 내륙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육지의 산물이 해상을 통해 바다로 유통하기에 유리함에 따라 강진에 전라병영성이 설치된 것도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아울러 해상 이용의 군사적 이점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통일신라시대 장보고(張保皐)의 청해진(淸海鎭)은 현재의 행정구역인 전남 완도(莞島)에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1896년(고종 33년)에 완도군이 신설되기 전까지 청해진은 강진현(康津縣)에 속해 있었다.
흔히 장보고가 장군으로 소개됨에 따라 청해진을 군사적 기지의 역할로만 오해하고 있으나 장보고는 당나라와 신라, 일본 간 해상무역을 주도한 상인으로 청해진은 국제무역 독점을 위한 해상권 장악을 위한 무역기지의 성격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현재에도 강진 병영 일대에는 고려청자를 생산했던 가마터 유적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고려시대에는 강진군 대구면(大口面)에 대구소(大口所)라는 관요(官窯)가 설치돼 왕실 등에 고려청자를 제작 및 납품을 함으로써 당시 고려청자의 주된 생산지의 역할과 중국, 일본 등과의 무역 요충지로 크게 발전했다.
사실 병상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많지 않고, 병상에 대한 활동이나 행적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는 1896년 동학혁명군에 의해 전라병영성이 함락되면서 병영지역의 세력가들과 유력 상인들이 지역을 떠남에 따라 관련 기록물들도 소실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강진 지역의 병상 후손들로는 한약재상 강재(剛齋) 박기현, 유통 및 금융기업가 동은(東隱) 김충식, 대선제분 박세정 회장, 아남산업 우곡(牛穀) 김향수 회장,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 등이 있으며, 이들 기업가들의 경영철학에는 병상의 상업정신이 계승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강재 박기현의 경우 강진 작천면에 흥운재(興雲齋)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만년을 보냈으며, 화순의 일신(日新) 정의림(鄭義林·1845-1910), 귀암(龜庵) 문송규(文頌奎), 강진의 오남(吾南) 김한섭 등에게 지도를 받으며 학문에 힘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병상에는 우리나라의 다른 전통 상인조직과 달리 거상(巨商)이 없고 대부분 보부상 출신의 중소상인이 많았는데, 이는 병상의 대부분이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상업적 기반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병상들의 유일한 자산인 신용(信用)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처럼 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전국적인 규모의 상업조직을 갖춘 강진 병상의 상인정신과 그들의 상업적 혜안을 되새기며, 선현들의 사상을 재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병영에는 현재 1966년에 설립되어 올해 57회 졸업생을 배출한 병영상업고등학교가 있다. 당시 병상들의 후손들이 뜻을 모아 강진, 장흥, 영암 지역 중 병영면에 유일한 상업고등학교를 설립했다고 한다.
병영상고의 학교 안내에는 “우리 병영상업고등학교는 예로부터 상업이 매우 발달했고, 수인산 자락에 사적 제397호인 전라병영성이 있는 고장 병영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