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에서 세계로, 공예의 서사를 연재(連載)하다 <청년 공방 ‘스튜디오 연재’, 파리 메종&오브제 참가기> ‘크래프트 존’에서 빛난 한국의 정체성과 실험정신 호평 유수 갤러리 협업 제안·전시 초청…확장된 가능성 확인 김솔

2025년 09월 16일(화) 18:32

광주디자인진흥원 참여 단체 회원들과 함께.

광주 동명동의 청년 공방 스튜디오 연재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세계 3대 디자인 박람회 중 하나인 2025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Maison & Objet)에 참가했다.

단순한 전시 참여를 넘어, 광주 청년 공예의 세계화를 향한 첫 도전이었다.

2023년 스튜디오 연재는 광주디자인진흥원 ‘광주공예품마케팅 판매 지원사업’ 1차 공모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실패는 멈춤이 아니라 디딤돌이었다. 이후 다양한 교육과 마케팅 전략 과정을 통해 제품 완성도와 브랜드 방향을 차근차근 다져갔다.

2년의 준비 끝에 2025년 ‘광주공예품마케팅 판매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고, 공식적으로 메종&오브제 무대에 서게 됐다.

광주 공동관은 집중 트레이닝, 시장 맞춤형 콘텐츠, 브랜드 고도화 컨설팅 등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준비했다.

스튜디오 연재는 철저한 사전 기획과 영문 콘텐츠 제작, 바이어 응대 훈련 등을 통해 브랜드 전략을 실현하며 현장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이어들과의 미팅.

전시가 열린 크래프트 존(Craft zone, 이하 공예관)은 수공예의 진정성과 철학을 중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선보인 ‘여지’(餘紙, Yeoji) 시리즈는 한국적 감성과 현대적 조형미가 결합된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한지 파지, 계란 트레이, 종이백처럼 버려지는 종이를 점토와 결합해 한지 질감을 구현한 작품들은 거친 표면과 비정형적 형태로 각각의 개성을 드러냈다. 마치 종이처럼 보이지만 단단한 도자기 질감을 지닌 작품들은 재료 본연의 질감을 살리고 유약 사용을 최소화한 실험적 시도로 완성됐다.

통일되지 않은 형태 속에서도 하나의 일관된 철학을 담아낸 이번 시리즈는 오브제를 넘어, 순환적 창작이자 한국적 실험정신의 표본으로 평가받았다.

현장에서는 인테리어 바이어 약 60%가 협업 의사를 보였으며, 신발·의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까지 제안이 이어졌다. 장식품이라 생각했던 도자가 다양한 산업과 교차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실질적 성과도 있었다.

스페인과 스위스 갤러리 및 숍과 계약이 성사됐고, 미국과 대만 등 유럽 외 국가에서도 전시 협업 제안을 받았다.

특히 프랑스 시장은 디자인 못지않게 철학·제작 과정·친환경성을 중시했는데, 연재는 그 요구를 충족한 브랜드로 신뢰를 얻게 됐다.

‘도시는 예술가를 키우지만, 결국 예술가가 도시를 빛낸다’는 말처럼, 스튜디오 연재 역시 머지않아 광주를 예술로 드러내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

2023년의 좌절을 넘어 2025년 공예관에서 이룬 재도약은 광주 청년 공예가 세계로 향하는 확실한 이정표가 됐다.

앞으로도 신제품 개발, 현지 협업, 창의적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K-공예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전 세계 무대에 뚜렷히 각인시켜 나갈 것이다.

<김솔 스튜디오 연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