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호남 혁신 공천해야 / 김미남

2025년 09월 17일(수) 18:47

김미남 前 청와대 행정관 /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

내년 6월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시장과 도지사, 시·군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동시 선출한다. 지난 6·3 조기대선 이후 정치권의 관심과 열의가 달아오르면서 차기 지방선거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호남 정치 지형은 더욱 복잡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판이 요동칠 가능성과 향후 판세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사면과 최근 불거진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에 이어 조국 비대위원장 선출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 때문에 조기대선 이후 호남 정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곳으로 본선보다 당내 경선 경쟁이 더욱더 치열하다. 당원과 일반 시민의 정치적·정서적 차이와 괴리감도 별반 크지 않다. 민주당 지지도가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독보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내년 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선룰’과 ‘공천’에 대해 관심이 큰 이유다.

조국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전북까지 호남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내고, 공천을 목표로 민주당과 경쟁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반 민주당 정서가 확산되면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으로 성과를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올 4월 담양군수 재·보궐선거에서는 승리해 당선됐다.

일부 무소속 현역 지방의원들은 조국혁신당 입당과 입당을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정황도 보인다.

호남 정치 지형의 변화와 흐름 속에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혁신 공천을 해야 한다.

당내 경선 후보의 역량과 자질·도덕성에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무분별한 권리당원 모집과 강한 정치세력을 등에 업고 공천된다면, 당심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폭을 넓힌 선택권과 공천권을 줘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의 출현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지난 총선과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 보여줬듯 조국혁신당이 지역 선거에 미칠 영향도 민주당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 공천을 가져오기 위해선 당내 후보 경선에서 국민여론조사 100%를 반영하거나 시민공천배심원제 등 다양한 공천 방식을 통해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과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지난 조기 대선과 2022년 지선에서 시행했던 권리당원 50%·일반 국민여론조사 50%의 적용 방식에 대해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중앙당 관계자들은 권리당원이 많은 호남은 경선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민주당은 이런 목소리와 요구가 강할수록 경선룰 조정과 혁신 공천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시민이 배심원이 돼 후보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후보자들의 토론을 지켜본 후 배심원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상향식 공천에 따른 부정과 비리를 막고 시민이 원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년 전남지사 선거를 준비 중인 현역 국회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운영해 화두가 됐던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천배심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배심원을 무작위로 뽑아 후보자들이 토론하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후보자 능력과 실력, 정체성과 도덕성을 검증하자”면서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선거 공천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공감하면서 설득력도 있다고 본다.

혁신 공천은 여러 가지 우려와 함께 기존의 틀을 깨야 하고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적이며 투명한 혁신 공천을 호남에서부터 이뤄내고, 그 바람을 수도권까지 떠올린 분수 효과를 기대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