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종교(宗敎)와 정치(政治) 최인태

2025년 09월 17일(수) 19:48

대한민국은 지금 종교와 정치의 불편한 동거로 인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통일교, 신천지와 같은 특정 종교 단체뿐 아니라, 건진법사와 천공 등 검증되지 않은 종교인들이 정치의 한가운데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으며, 무엇보다도 선량하고 진정성 있는 종교인들마저 사회적 비난과 오해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

역학적으로 보면,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음양의 불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가 세속적 권력과 물질적 이익이라는 양(陽)의 속성을 대표한다면, 종교는 정신적 가치와 내면적 성찰이라는 음(陰)의 속성을 상징한다. 음과 양은 본래 서로 보완하며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특정 시대에는 한쪽이 과도하게 팽창해 균형을 잃는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종교적 권력이 과도하게 정치 권력과 결탁한 현상은 바로 양이 음을 침범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붕괴이다. 종교는 본래 인간의 내적 성장과 공동체적 조화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히면서 도구화된다. 정치인들에게 종교는 표와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 이는 곧 순수한 신앙인들에게까지 오해와 불신을 가져오며, 종교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역학적으로는 탁한 기운이 맑은 기운을 가려, 전체 흐름을 병들게 하는 상황이다.

개선의 길은 무엇일까. 첫째, 정치와 종교는 명확히 분리돼야 한다. 음과 양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제자리를 지킬 때 균형이 유지된다. 정치인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공적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하고, 종교는 교리(敎理) 자체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둘째, 국민의 의식 또한 성숙해져야 한다. 권력자들이 종교적 권위를 빌려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때,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합리적 비판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종교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다. 사이비 유사 종교가 마치 정통 종교인 것처럼 포장돼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교계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를 정화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의 부적절한 결합은 단기적으로 권력자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신뢰와 국가의 기운을 소모한다.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바로 음양의 균형을 되찾는 길이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