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E-book, 공존의 미학 / 조영인

2025년 10월 09일(목) 17:29

조영인 출판인·조인애드컴 대표

종이책의 시대가 저물고, E-book이 그 자리를 완전히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서점에는 책들이 가득하고, 우리의 손에는 E-book 리더기와 태블릿이 함께 들려 있다. 이는 종이책과 E-book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가치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독서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종이책의 매력

종이책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경험을 선사한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인쇄된 잉크 냄새,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디지털 기기가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책 표지의 디자인이나 제본 방식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되기도 한다.

특히 ‘소장’이라는 개념에서 종이책은 E-book과 차별화된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들은 단순한 소유물을 넘어, 나의 취향과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긴 흔적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삶의 편리함을 더하는 E-book의 강점

E-book은 종이책이 갖지 못한 압도적인 휴대성과 편리함을 제공한다. 수백 권의 책을 가볍게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도 조명 걱정 없이 독서가 가능하고, 글자 크기를 조절하거나 궁금한 단어를 바로 검색하는 기능은 독서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또한 E-book은 종이책에 비해 제작과 유통 과정이 훨씬 효율적이다. 재고 부담이나 물류비용이 없어 작가나 출판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독립 출판이나 소수의 독자를 위한 전문 서적이 E-book 형태로 더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서로를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독서’ 시대

이제 독자들은 굳이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소장 가치가 높은 소설이나 시집은 종이책으로 구매하고,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을 만한 자기계발서나 정보성 글은 E-book으로 읽는 ‘하이브리드 독서’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종이책과 E-book은 서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하나는 깊이 있는 감성적 경험을, 다른 하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며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이 두 매체는 각자의 영역에서 빛을 발하며 독자들에게 더 넓고 풍요로운 독서의 세계를 선물하고 있다.

종이책의 아날로그 감성과 E-book의 디지털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미학, 이것이 바로 우리가 즐기고 있는 새로운 독서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