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재정분권 확대 못하면 균형발전은 헛구호될 것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11월 13일(목) 18:32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지방 재정분권 확대, 공공기관 이전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후 처음 열린 행사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당장 내년도 예산안부터 ‘지방 우선, 지방 우대’ 원칙을 명확히 했음을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도 재정분권 강화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강 시장은 “과거 지방소비세율 인상 시 재정 형평화를 이유로 수도권, 비수도권 특·광역시, 비수도권 도의 3단계로 구분한 배분 방식은 결국 광역시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지방교부세 중심 구조로 전환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고 지역 간 균형을 이루는 가장 합리적 제도라면서 “세율을 높이면 비수도권 시군의 자립기반을 강화해 보다 고르게 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단순한 권한 이양이 아니다. 재정 자립 기반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내년 지방정부 예산 증가율이 서울(7.1%)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경상성장율 (4%) 이하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취득세·재산세수 감소에 기인한다.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실질 분권을 위해 비수도권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취약한 재원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 대한민국은 영원히 수도권 블랙홀에 갇히게 된다. 그동안 전국의 자치단체들도 줄기차게 정부와 국회 등에 건의해왔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방소비세·교부세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무관치 않다.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도 깊은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하겠다고 피력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방자치제 도입 30년이 됐지만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역대 정부마다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대로면 지역 소멸이 더욱 빨라진다. 중앙·지방정부가 지속가능한 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협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