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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없는 AI도시 광주! / 탁인석

2025년 11월 18일(화) 18:45

탁인석 문학칼럼니스트

서울에서 일을 보고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 천장에 대형 글씨로 다음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광주, 하늘길·철길·남부 거대 경제권 조성으로 더욱 단단해집니다.”라고.

아니 지금 광주 공항이든 무안 국제공항이든 외국에 나가는 정기선은커녕 전세기 하나 못 띄우는데 하늘길로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는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명색이 AI도시이고 호남권 중심도시라면서 국제선 하나 못 띄우는 도시가 앞뒤가 맞지 않는 헛구호를 내건 것은 아닌가. 이런 구호 앞에서 시민은 피로감이 겹치고 행정당국의 시책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과연 이곳이 민주당의 심장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이 기대는 민주당이 광주와 호남의 발전을 정말 생각한다면 국제선 없는 광역권을 어떻게든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을까. 민주당은 과연 무엇으로 호남권의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건가. 그 일이 정말 국제선 없이도 가능한 것인가.

2007년 11월 이후 광주 공항에서 국제선을 빼간 이후 호남의 국제화는 남의 집 일처럼 됐다. 우리와 가장 상대를 많이 하는 중국을 나가고자 할 때 그 불편은 어떠한가. 무안으로 국제선을 옮기면서 당국은 이용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었다.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를 개설해서 4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이니 접근성은 물론이고 광주·전남에다 전북 사람들도 가세할 것으로 기염을 토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호언장담은 온데간데 없고 현실은 우리가 겪고 있는 이대로이다. 무안으로 국제선을 옮긴 이후 이용자는 급감 하다못해 아예 정기선마저 문을 닫았으니 이놈의 노릇을 어찌할꼬. 더구나 2024년에는 무안공항의 대형사고까지 겹친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사고 수습마저 감감무소식이라는 소식이다. 지역정치권의 무관심이 하늘에 닿았다는 여론이다.

무안으로 국제선이 옮겨간 마당에 호남 사람들이 국제선을 이용할라치면 인천공항까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고 이로 하여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제선을 무안으로 옮기기 전 광주에는 상해선이 매주 9회를 떴고 북경 2회에다 선양 2회, 장사 2회 등 그런대로 국제선 행세를 했고 여타 취항 예정까지 합치면 30회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국제선의 무안 이전 이후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광주 국제선을 갖가지 명분을 붙여 무안으로 옮겨가더니 그 결과 광주는 물론 전남도 죽고 호남 전체가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 적어도 광주는 명색이 호남을 대표하는 400만의 거점 도시이다. 광주에 국제선이 떠난 이후 발생한 불편은 고스란히 호남권 전체가 떠안고 있다. 전주에서 광주 국제선을 이용할라치면 광주행 버스만 타면 됐다. 그런데 무안공항을 이용하자면 버스노선도 없고 쓸데없는 경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사정은 여수·순천 지역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동부 쪽 사람들은 남해고속를 따라 김해공항으로 가야만 한다. 국제 교통수단의 인프라를 갖춘 수도권과 부산은 이에 맞춰 외국인들이 북적거린다. 그런데 호남은 어떤가. 그렇지 않아도 국제화가 뒤처진 마당에 항공사고까지 겹쳐 그 고립 양상은 더더욱 심화된 터이다. 그래서 호남에서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이 호남을 찾거나 간에 그 불편함이 어느 정도일까는 설명이 새삼스럽다. 이쪽 사정이 이럴진대 어느 외국인이 국제선 없는 호남을 찾아들 것인가. 최근 케데헌 붐을 타고 외국인들이 서울로 밀려오는데 광주 등 호남권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은 1명도 없다. 광주 국제선 폐지가 얼마나 그릇된 판단이었던가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공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설명이 새삼스럽다. 더구나 외부와 함께 호흡하는 도시는 살아남을 것이고 닫히면 죽게 돼있다. 먼 훗날에는 무안공항도 활용도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광주와 호남이 살기 위해서는 광주 공항 국제선 재추진은 시급하다. 지역이 이 같은 문제로 살아야 하는 데도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정치권의 성과는 별무신통이다.

다시금 광주공항으로 돌아오자. 광주공항은 여건상 활주로도 국제선에 적합하고 철새도 없고 접근성 또한 좋으니 국제선을 띄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표 받아 갈 때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 줄 것 같던 민주당은 지금 이 시간 어느 하늘 밑을 헤매는지 모르겠다. 광주의 군공항 문제도 그렇다. 전투기 이륙에 따르는 소음이 광주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을 떠나 한국은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라는 것이다. 전시에 국민적 동의나 지자체에 투표하면서 전쟁을 치른다는 게 맞는가. 미국의 동의 여부는 모르겠으나 군공항은 국가가 안보에 필요하다면 강제성을 발동하고 주민을 설득하면 되는 일 아닌가. 이 모두가 사람이 결정하고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