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경제 핵심 광양만권 산단, 걱정스럽다 / 이정록 |
| 2025년 12월 16일(화) 1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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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권은 원래 전남경제 핵심과 거리가 멀었다. 광양만권을 포함한 동부권은 전남에서 중심이 아닌 변방이었다. 백제와 통일신라 이후 후백제, 고려, 조선, 일제 강점기, 건국 후 1960년대와 1970년대까지 전남의 중심은 광주와 나주가 있는 광주권이었다. 동부권은 광주권과 영산강 수계 서남권보다 시대 변화에 뒤처진 변방이었다.
변방이었던 동부권이 1980년대에 전남경제 핵심으로 부상한다. 호남정유 준공(1968년), 남해화학 준공(1977년), 광양제철소 준공(1987년), 광양 컨부두 준공(1997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지정(2003년) 등 정부 주도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광양만에서 행해졌다. 광양만권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 명실상부한 임해공업지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이후 전남경제는 광양만권 산단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전남 전체 인구의 45.8%(2025년 11월)가 동부권에 산다. 전남 지역내총생산(GRDP)의 61.1%(2022년), 전남 제조업 생산액의 83.1%(2022년)가 동부권에서 만들어진다. 동부권을 전남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만든 주역은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전남의 1인당 GRDP(5천551만원·2023년)가 울산, 충남, 서울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것도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덕분이다.
그런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가 심상찮다. 지난 5월 여수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광양도 11월에 지정됐다. 서산(8월)과 포항(8월)에 이어 네 번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이란 지역의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거나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산업통상부가 지정하는 제도다. 최근엔 석유화학과 철강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다.
작금의 국내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저가 공급과 덤핑,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 국내 기업의 원가 경쟁력 약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위기다. 때문에 석유화학과 철강산업 핵심기지인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는 위기에 처했다.
일반적으로 지역경제가 침체의 길목에 들어서면 나타나는 신호가 있다. 지역내총생산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다. 신규 채용이 줄고 해고가 발생해 실업률이 증가한다. 그런 이유로 소비 위축이 나타나고 세수가 줄어든다. 실제로 여수와 광양에서는 이런 신호가 잡히고 있다.
여수가 특히 심각하다. 여수국가산단 핵심기업인 NCC 3사(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적자액은 증가 추세다. 여천NCC는 2022년부터 누적 적자액이 7천800여억원에 달했다. NCC 3사 협력업체수는 2022년 2천698개에서 2024년 2천279개로 줄었다. 작업 물량 감소로 건설 근로자 60%가 여수를 떠났다고 한다. 여수시 지방세 수입은 2023년 4천억원에서 2024년 2천927억원, 올해 2천116억원으로 줄었다. 광양도 예외가 아니다. 광양제철소가 광양시에 납부하는 지방세가 2022년 876억원에서 작년에 7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문제는 지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지역경제 여건과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있어 해결책도 간단치 않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으로 특화된 선진국 도시들이 진즉 경험했던 길이다. 하지만 20-30년 전의 선진국 기업도시들 상황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더 걱정이다.
광양만권 산단이 침체의 길목에 서 있다. 무너질 위기다. 최선책은 차지하고 차선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전남경제가 돌아가고, 전남 거주 청년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소멸을 늦출 수 있다. 이를 해결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어디 없나. 필자의 세밑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