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묻혀 있던 마지막 장…전후 성찰 드러내”

김정훈 교수, 국내 첫 번역·발굴 내용 소개
마쓰다 도키코 ‘땅밑의 사람들’ 미공개 원고
학살 이후 서사 첫 확인…추모·기억 확장

최명진 기자
2026년 03월 29일(일) 19:37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의 대표작 ‘땅밑의 사람들’ 미발표 종장이 70년 만에 발견되면서 작품 해석의 방향이 새롭게 열렸다.

이번 발굴 사실을 국내에 알린 김정훈(사진) 전남과학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종장은 학살 이후를 다루며 작품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자료”라고 29일 밝혔다.

김 교수는 “‘땅밑의 사람들’은 그동안 하나오카 사건 중국인 노동자 학살 장면에서 끝나는 작품으로 이해돼 왔다”며 “이번에 확인된 종장은 기존 결말 이후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곧 작품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참상을 고발하는 기록문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후 희생자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서사로 확장됐다”고 밝혔다.

새롭게 발견된 종장에는 전후 위령제와 희생자 추모 장면이 담겼다. 김 교수는 “이러한 장면은 성찰과 기억 복원의 의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원고는 일본 아키타 오다테시 문학기념실에서 발견됐다. 발굴은 오쿠무라 하나코 야마가타대학교 특임연구원이 광주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 참석 이후 자료 탐색을 이어가던 과정에서 이뤄졌다.

김 교수는 “광주에서 열린 심포지엄이 연구자에게 자극이 됐다고 본다”며 “귀국 후 문학기념실과 도서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발굴은 한일 학술 교류의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해당 원고는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 회’ 대표를 거쳐 김 교수에게 전달되며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발굴된 원고는 본문 45매와 창작 메모 30매 등 총 75매 분량으로, ‘종장’이자 ‘제3부’로 표기돼 기존 구성과 차이를 보인다.

70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 김 교수는 “전후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전쟁 책임과 징용 문제는 민감한 주제였고, 관련 소송과도 맞물려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조선인과 중국인 징용 피해를 다룬 르포 형식의 리얼리즘 소설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당시의 현실과 인간의 고뇌를 함께 보여준다”며 “징용 관련 자료가 행정 문서나 증언 중심이라면, 문학은 인간의 감정과 갈등까지 드러내는 또 다른 층위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어 “징용 관련 자료는 대부분 행정 문서나 증언 중심이지만, 문학은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함께 드러낸다”며 “이번 종장 발굴은 그러한 기록을 보완하는 새로운 자료”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일본 작가가 조선인과 중국인 징용 피해를 다루고, 전후 책임과 기억의 문제를 스스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전쟁은 끝났지만 기억은 끝나지 않는다. 이번 종장 발굴은 그 기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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