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마을 학여울서 시작된 염원 ‘분단 넘은 평화 한반도’ 정규철 아카데미 학여울 이사장 산문집 ‘학탄여적-학여울에서 역사를 생각하다’ 발간 오복 기자 |
| 2026년 09월 27일(일)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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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아카데미 학여울 이사장은 산문집 ‘학탄여적-학여울에서 역사를 생각하다’(문학들)를 펴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역사와 산천을 찾아다니며 저자가 품어온 생각의 자취를 글로 남긴 것으로 제목인 ‘학탄(鶴灘)’은 저자의 고향인 화순 적벽의 학탄리(학여울)을, ‘여적(餘滴)’은 글을 다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난 뒤에 남은 먹물을 뜻한다.
책의 출발점은 무등산(제1부 ‘서석에 기대어’)이다. 무등산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조선 선비의 지조와 동학농민군의 저항, 1980년 5월 희생의 기억을 차례로 불러낸다.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역사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서당에 다녔던 기억도 책의 중요한 뿌리로 작용했다. 눈 내리는 겨울밤, 아이들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글을 읽고 어머니들이 밤참을 내오던 풍경은, 가난하지만 넉넉했던 공동체의 모습을 되살린다. 저자가 기억하는 옛 교육은 출세를 위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글을 읽고 외우며 마음을 다스리고 부모와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정신은 집안의 선대인 호의 대사와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사암 박순, 허난설헌, 이미륵과 최부, 동학농민전쟁의 전봉준과 이학승 등 여러 인물에 관한 글로 이어진다.
저자는 고전 자료와 문집, 시와 일기를 읽으며 시대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뜻을 지킨 사람들을 호명하면서 오늘의 지식인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또 무등산과 화순 적벽을 다룬 글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한다. 댐 건설과 군사시설, 개발로 훼손된 산하를 바라보며 저자는 생태계의 복원이 곧 인간다운 삶의 회복임을 강조한다.
책의 시야는 제2부 ‘기행’에서 한반도 밖으로 확장된다. 철원 DMZ에서는 전쟁이 남긴 경계가 역설적으로 야생 동식물의 터전이 된 모습을 만난다.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김구, 윤봉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러시아 하바롭스크·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안중근·이상설 등 독립운동가들과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를 되새긴다.
제3부 ‘선현의 산행기’에는 초정 박제가의 ‘묘향산 기행’과 율곡 이이의 ‘비로봉에 올라서-풍악산 유람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금강산과 묘향산을 떠올리면서 통일의 염원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게재 이유를 밝혔다.
책 말미에는 이영희의 ‘광주민주항쟁 배후조종 영광기’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료로 묶였다. 1980년 5월17일 신군부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조사를 받고, 석방된 뒤에야 자신이 이른바 ‘광주 폭동 배후조종자’로 발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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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페이지에 별지로 넣은 ‘성산계류탁열도(星山溪柳濯熱圖)’ 원본은 최초 공개다. 1590년 삼복의 어느 날 일군의 선비들이 성산 일대(식영정, 서하당, 환벽당 일원)에서 시회를 열며 더위를 씻는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그동안 김성원의 ‘서하당유고’, 정암수의 ‘창랑유집’에 목판본으로만 실렸다.
정규철 아카데미 학여울 이사장은 “나에게 산행은 몸의 이동인 동시에 정신의 순례”라면서 “산과 강, 오래된 책과 비문, 독립운동 사적지를 문장 속에서 하나의 역사 지도로 그린다고 생각했다. 지도의 출발점은 작은 고향 마을 학여울이지만, 끝내 닿고자 하는 곳은 분단을 넘어선 평화로운 한반도”라고 말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