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정주 생태계’로 새로운 해법 찾아야 / 주정민
2026년 10월 14일(수) 19:23
주정민 전남대 대학원장
행정안전부는 최근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발표했다. 그 결과는 지방소멸의 경고음이 한층 커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1년 최초 지정 당시 기초지자체 기준 89곳이었던 인구감소지역은 5년 만에 92곳으로 늘어났다. 3곳이 추가 편입되며 소멸 위기가 심화됐다.

안타깝게도 전남광주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곳이 지정됐다. 경북(15곳), 강원과 경남(각 12곳)이 그 뒤를 이었다. 전남광주의 27개 시·군·구 구성을 고려할 때, 구(區)와 시(市)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군(郡) 단위 지자체가 소멸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영광군이 인구 여건 개선을 인정받아 ‘인구활력플러스지역’으로 조정됐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 고령화 비율, 청년 순이동률, 생활인구 등 9개 지표를 종합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한다. 지자체 개별 대응만으로는 지방소멸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에 국가 차원의 집중 관리에 나선 것이다. 소멸 위기 지역에는 이전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지방교부세 우선 배분, 농지와 산지 이용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특례가 부여되며, 정부 각 부처의 국비 공모 사업에서도 가점 및 우선 선정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정부의 집중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자체의 주도적 노력이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가 옆 동네 ‘인구 빼 오기’식 선심성 수당 지급에만 몰두하며 예산을 투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단발성 지원을 넘어선 종합 대책을 내놓은 영광군의 사례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영광군은 단순 현안 해결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인구 유입에서 정착으로 이어지는 ‘일자리, 주거, 출산과 돌봄’의 선순환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구축했다.

첫째,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정착시킬 근본 기반인 ‘일자리’를 마련했다. 대마전기자동차 산업단지를 조성해 20-30대 청년층이 선호하는 기술과 제조업 분야 기업을 유치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및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소득 기반을 제공했다. 귀농·귀촌 청년에 대한 창업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둘째, 주거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줬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월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하고, 청년 임대주택과 정주 단지를 지속해서 확충했다. 청년 종합 서비스 공간을 마련해 청년들의 소통과 문화 커뮤니티 형성을 도왔다.

셋째, 파격적인 출산 및 양육 지원과 촘촘한 돌봄망을 결합했다. 전남광주 최초로 신혼부부 결혼축하금 500만 원을 지급한 데 이어, 첫째 아이 500만 원부터 시작해 다자녀의 경우 최대 3천500만 원까지 신생아 양육비를 지원했다. 정부 지원 한도를 초과하는 난임 시술비도 추가 보전했다. 나아가 24시간 응급 및 야간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거점별 공동육아나눔터를 통해 ‘마을 품앗이 돌봄’을 실현함으로써 맞벌이 부부의 육아 공백을 메웠다.

이 모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2019년 전국 최초로 신설한 ‘인구일자리정책실’이 있었다. 보육, 청년, 주거, 일자리 정책을 하나로 융합해 추진한 결과, 영광군은 7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1.8명 수준으로, 전국 평균(0.8명대)의 두 배를 넘어서는 독보적인 수치다.

영광군의 성공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국 지자체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출산, 양육 수당 중심의 단발성 정책은 일자리와 주거라는 정주 기반이 없으면 인구 유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산업 특색을 살린 일자리를 만들고, 삶의 기반이 되는 주거·돌봄 인프라를 촘촘히 엮어낼 때 비로소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791973437689061028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4일 22: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