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보러 갈래?

[정지효 여행작가의 남도투어 Happy-Bus-Day]<18>남도한바퀴 광주·목포 여행
사계절 다양한 여행 ‘남도한바퀴’
항구도시 앞바다 ‘갈치낚시’부터
바다 풍경 즐기는 진짜 힐링까지
짜릿한 손맛에 눈도 입도 즐거워

정지효
2026년 10월 15일(목) 19:30
짜릿한 손맞을 뽐내는 갈치낚시.
짠내가 물씬 풍겨오는 목포 북항 항구. 주변에 횟집들이 즐비해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고, 가을철이 되면 ‘목포 평화광장 갈치낚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해발 228m 유달산.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경관을 한눈에 살펴볼수 있다.

우리는 왜 낯선 곳으로 떠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가. 여행은 무거운 현실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도피이자 휴식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지도를 검색하고, 분 단위로 최적의 이동 루트를 짜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낯선 도로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행위는 때로 여행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흐리게 만드는 피로한 노동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면 그저 누군가 미리 정해놓은 평온하고 안전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조용히 수집하고 싶어진다.

‘남도한바퀴’는 버스에 올라타 편안하게 즐기는 당일치기 남도 여행으로, 전라남도관광재단과 금호고속이 힘을 합쳐 기획한 스테디셀러 여행상품이다. 매일 다른 코스의 버스 여행이 준비되어 있고 계절별로 노선을 변경해 사계절 내내 다양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버스가 멈추는 곳마다 전문 해설사의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설명이 덧입혀져, 관광의 재미와 의미가 두 배로 풍성해진다.
유스퀘어에서 출발하는 당일치기 남도 여행 ‘남도한바퀴’버스, 전라남도관광재단과 금호고속 기획한 스테디셀러 여행상품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출발하는 ‘서해바다 보러 갈래?’ 코스는 광주에서 시작해 항구도시 목포로 향하는 여정이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을 출발한 대형 버스는, 광주송정역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새로운 탑승객을 차례로 품에 안는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이 버스라는 공간에 모여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은, 대중교통 여행만이 선사할 수 있는 느슨하고도 기분 좋은 연대감이다.

광주 시내를 완전히 벗어난 버스가 열린 차창 틈으로 바다 특유의 비릿하고도 맑은 해풍을 실어 나를 즈음, 버스는 마침내 짠내가 물씬 풍겨오는 목포 북항에 당도한다. 하루 동안 수많은 시각적 풍경을 쉴 새 없이 눈에 담더라도, 결국 떠나온 모든 여정의 기억을 가장 선명하고 오래도록 뇌리에 각인시키는 감각은 미각이다. 가을의 길목, 활기 넘치는 어선들로 북적이는 북항에서 허기진 일행을 기다리는 든든한 점심 메뉴는 다름 아닌 남도의 명물 ‘먹갈치’와 ‘갈치조림’이다.

찬 바람이 은빛 물결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9월부터 11월까지, 목포 근해 해역에는 먹이를 찾아 바쁘게 헤엄치는 통통한 갈치 떼가 융단처럼 몰려든다. 특히 항구도시 앞바다 깊은 곳에서 그물로 건져 올리는 갈치는 낚시꾼들과 미식가들 사이에서 아예 고유명사처럼 ‘먹갈치’로 불릴 정도로 특화되어 있고, 맛이 묵직하고 깊기로 아주 유명하다. 어부들이 갓 잡아 올린 두툼한 먹갈치를 무심한 듯 숭덩숭덩 썰어 넣고, 가을의 깊은 단맛을 품은 무를 냄비 바닥에 두껍게 깔아 자박자박하게 졸여낸 갈치조림은 계절감이 그야말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완벽한 음식이다. 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붉고 진한 국물 사이로 매콤달콤한 특제 양념을 흠뻑 머금은 무 한 조각을 베어 물고, 혀끝에 닿자마자 기분 좋게 스르르 녹아내리듯 부서지는 부드러운 갈치살을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듬뿍 얹어 먹는 순간. 비로소 여행자의 입안 가득 번지는 남도의 넉넉하고 풍성한 가을을 온전히 소유하게 된다. 목포시는 가을철이 되면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직접 짜릿한 손맛을 뽐낼 수 있는 ‘목포 평화광장 갈치낚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밤바다의 낭만과 목포 갈치의 진미를 맛보고 싶은 분들은 신청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북항에서 남도의 맛으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만끽한 뒤, 버스가 부지런히 달려 닿은 다음 목적지는 ‘고하도해상데크’다. 단단한 육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거칠게 일렁이는 물살 위를 직접 두 발로 걷는 듯한 짜릿한 감각을 선사하는 해안 산책로다. 고하도는 그저 둥둥 떠 있는 평범한 무인도가 아니다. 명량대첩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무려 106일 동안 둥지를 틀고 머물며, 궤멸 직전이었던 조선 수군의 전력을 새롭게 재정비했던 역사적인 진지다. 규칙적으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 소리를 웅장한 배경 음악 삼아,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끝없이 길게 뻗은 나무 데크를 천천히 걷다 보면 굽이치는 바다의 거친 호흡이 고스란히 발끝으로 진동처럼 전해진다. 찰랑이는 바닷물 위를 구름 위를 걷듯 천천히 걸으며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에 온몸을 맡겨보자. 어느새 가벼워진 마음이 가을 바다의 낭만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고하도해상데크 산책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목포해상케이블카 정류장이다. 흔들리는 작은 캐빈에 조심스럽게 몸을 싣고 지상에서 허공으로 서서히 부양하듯 떠오르는 찰나, 사람들은 늘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살던 익숙한 중력의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상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새로운 시야를 획득한다. 고도를 조금씩 아찔하게 높여가는 투명한 캐빈 안에서 탑승객들의 입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약속이나 한 듯 커다란 탄성이 연신 터져 나온다.

처음 출발할 때는 오밀조밀 모여있는 목포 시가지와 듬직하게 솟은 유달산 비탈면만 시야에 꽉 차게 들어오다가, 캐빈이 유달산 정상부를 아슬아슬하게 쓱 넘어서는 순간 닫혀있던 눈앞이 바다 쪽으로 거침없이 확 열린다. “탁 트이고 넓은 바다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이동하니까 진짜 힐링”이라는 동반자의 감상처럼, 아찔한 발아래로 늦은 오후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은빛 다도해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유유히 나아가는 고기잡이배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에서 짊어지고 온 일상의 복잡한 번잡함은 흔적조차 없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까마득한 하늘에서 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놀랍도록 경건하고 평화롭다.

흔들리는 버스로, 굽이치는 산책로로, 공중에 떠 있는 케이블카로 바쁘게 이동하는 내내 귓가를 다정하게 맴도는 해설사의 따뜻한 목소리는 풍경 사이의 비어있는 여백을 촘촘하고 완벽하게 채워준다.

“해발 228m 유달산의 진짜 높이는 바다에서 시작됩니다. 볏짚으로 왜군을 속인 노적봉 전설이 깃든 곳이자, 죽은 자의 영혼이 거쳐 간다는 ‘영달산’이기도 했죠. 정상을 향해 걷다가 꼭 뒤를 돌아보세요. 우리는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겹겹이 쌓인 항구의 시간을 오르는 중이니까요.“

정지효 작가
해설사의 애정 어린 말처럼, 유달산은 단순히 흙과 바위가 뭉쳐진 무생물의 덩어리가 아니다. 능선 곳곳에 말없이 서 있는 기암괴석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 하나하나에 옛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눈물겨운 사연이 화석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다. 유달산 중턱 널찍한 바위에 서서 바다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수백년 전 예전 사람들도 바로 곁에서 저 푸른 바다를 막막하게 바라보았으리라. 누군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친 파도를 뚫고 고기잡이를 나갔고, 또 누군가는 북적이는 항구를 통해 더 넓고 미지의 새로운 세상으로 희망찬 닻을 올렸을 것이다.

결국 집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살아보지 못했던 타인의 낯선 세월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현재의 나 자신을 투명하게 되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위해 수고롭게 운전해 주는 버스의 넓은 차창에 기대어, 항구도시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깊고 아득한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동안, 다람쥐 쳇바퀴 같던 메마른 삶에서 까맣게 잊고 놓치고 살았던 완전한 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정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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