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한 아이의 성장을 바꾼다 / 최강님
2026년 10월 21일(수) 19:16
최강님 지역아동센터광주지원단장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답이 늦어질 때면 어느새 힌트를 먼저 알려주거나, 대신 설명해 주고, 손을 내밀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지만,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느린학습자 아동에게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배움을 완성해 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생각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떠오르지 않는다. 경계선 지능아동(느린학습자) 가운데에는 질문을 듣고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어떤 아이는 질문을 듣자마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아이는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정리한 뒤에야 입을 연다. 답을 찾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충분히 기다려 주었을 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쌓게 된다. 기다림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이 자라나는 시간이다.

느린학습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질문을 한 뒤 곧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잠시 기다려 주고, 활동이 더디게 진행된다고 해서 대신 해결하기보다 어디까지 해 보았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방법으로 해 볼까?”, “다른 방법도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아동이 자신의 생각을 이어 가며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스스로 해결하려는 힘은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믿어 주는 마음이며,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응원하는 태도다. 결과를 서두르기보다 과정을 함께 바라봐 주고, 아이의 생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따뜻한 눈빛과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기다림도 큰 힘이 된다. 이러한 비언어적인 격려는 아이에게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기다려줄게 안심하고 끝까지 해봐”라는 믿음을 전해 준다. 그 믿음 속에서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다시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누군가 대신해 준 경험보다 스스로 해냈던 경험은 더 오래 기억되고, 다음 도전을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기다림은 한 아이의 성장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복권위원회와 사랑의 열매 지원을 받아 지역아동센터 광주지원단은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 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광주지원단에서 파견된 느린학습자 선생님들은 느린학습자 아동 한 명 한 명이 충분히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존중하며 놀이와 시각자료,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과정은 아이들이 배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키워 가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기다려주는 시간은 오늘 당장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한 걸음씩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느린학습자에게는 분명한 희망이 있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쳐 나갈 힘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 조금 더 기다려주는 마음, 그리고 끝까지 믿어 주는 어른이 함께한다면 아이들은 분명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며 더 큰 내일을 향해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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