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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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원전 알고보니 ‘비리 백화점’
·위조보증서 한번 사용 후 또 재활용
·업체-직원 전화, 3개사 담합 낙찰
·기납품한 부품 빼돌려 재납품 뒷돈
·동호회 후원금·전자제품 상납까지

  • 입력날짜 : 2013. 01.25. 00:00
수사결과 발표
24일 오후 광주지검 특수부 김석우 부장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설마설마 했었다. ‘그래도 원전인데’, ‘지역민의 생명이 걸린 곳인데’라는 생각은 검찰 발표로 인해 싸그리 무너졌다.

24일 광주지검이 발표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과 납품업체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광주지검 특수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이날 품질보증서 위조, 뇌물수수 또는 배임수재, 입찰 담합 등 혐의로 8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발표한 이들의 비리를 살펴보면 당초 가장 큰 사안으로 지목됐던 부품 보증서 위조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업체간 가격담합은 예사였고 한수원 직원이 직접 부품을 빼돌려 납품업자에게 되돌려주고 재 납품을 받았다. 당연히 뒤로 수수료가 오고 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납품업자 명의로 주식투자를 해 큰 이득을 보고 원전 내 동호회 후원금까지 업자에게서 챙겼다.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비리가 영광원전 내부에서 당연한 듯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사문서 위조로 기소된 K사의 이모(35)대표 등 4명의 경우 미국 보증사의 보증서를 위조한 미검증 부품을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납품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각 회사별로 최대 4억9천170만원에서 4천670만원까지 이득을 편취했으며 일부는 위조 증명서 뿐만 아니라 과거에 사용했던 품질보증서를 재활용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또 영광원전 인근에 허위로 사업장을 낸 3개 업체의 경우 독점에 가까운 담합 형태로 외부 업체 납품을 근본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각각 원전 직원들과 결탁해 원전 납품건이 발생하면 직원이 업자에게 전화해 기본 가격을 묻고 업자는 다른 업자에게 “내가 얼마를 쓸테니 입찰에서 나보다 낮춰서 써라”라고 연락하는 형식으로 담합을 유지해 왔다. 이들은 직원이 첫 번째로 전화를 건 업체가 무조건 납품 업체가 되는 암묵적 룰을 유지했고 이 룰에 따라 대부분 업체가 골고루 입찰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들의 비리도 후안무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리가담 직원 대부분은 부품 입찰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납품업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속된 조모(52)과장의 경우 영광원전 자재부에 입고된 자재를 관리하면서 재고관리가 허술한 점을 악용해 기존에 납품된 부품을 빼돌려 다시 업자에게 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과장은 지난 2008년 9월1일 영광원전 주차장에서 S사 이모(41)대표를 만나 S사가 납품한 5천394만원 상당의 전자회로기판 4개를 돌려줬다. 이후 지난 2009년 한해동안 3회에 걸쳐 빼돌린 부품을 다시 납품하게 하고 1천만원을 챙겼다. 조 과장은 이런 수법으로 최근 5년간 4천800만원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액수는 조 과장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일 뿐 업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받은 금액은 추산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은 또 회사내 야구동호회 후원금까지 업자에게 챙겨왔고 이를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밖에 원전 내 헬스클럽 부품이나 전자제품 등 일상적 비품도 수시로 업자들에게 상납을 요구했다.

이밖에 지난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계약으로 주가가 상승한 업체 주식을 납품업자 명의로 거래한 투자금에서 84%의 수익을 남긴 직원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한수원의 비리를 조사해보니 입찰과 관련 많은 부분이 썩어 있었다”며 “이 같은 비리를 막기 위해서 한수원이 직접 보증서를 확인하고 업자로부터 가격전서 사전 제출을 요구하는 등 자성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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