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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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걸음마다 비경 “내마음의 화폭에 雪嶽을 담다…추억을 품다”
키우리산악회와 함께 떠난 무박 2일 설악산

  • 입력날짜 : 2014. 06.17. 19:44
중청봉에서 대청봉 가는 길. .
지난 14일 저녁 9시가 다가오자 어둠이 깔린 비엔날레주차장에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무박2일 설악산 산행을 위해 모인 키우리회원들이다. 처음 해보는 야간 산행 인지라 가슴이 설레면서도 두려움이 앞섰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이영길 회장 등 일행 29명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설악산을 향해 출발했다. 김병철 대장이 주의사항과 등반코스를 설명했다. A코스는 한계령 대피소에서 시작하여 끝봉-중청-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비선대를 거쳐 설악동까지의 16㎞, B코스는 설악동에서 대청봉까지 갔다 회귀하는 코스로 16㎞이다.
새벽시간 안개를 뚫고 마침내 오른 대청봉에서.

16㎞의 산행이 실감나지 않았지만 왠지 시작부터 주눅 들게 했다. 사실 인제와 양양, 속초, 고성에 걸쳐 있는 높이 1천708m의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척추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는 명산으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금강산의 절경에 견주어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고 있다.

설악산을 오르기 위해 매일 2시간씩 연습한다는 김 대장님의 글을 보고 나름 설악산 A코스를 위해 무등산 서석대를 오르내리며 준비를 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이튿날 새벽 3시 어둠이 깔린 한계령 대피소에 도착했다. 잠결에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선잠을 떨치고 일어나 차에서 내려 배낭을 챙겼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잠이 번뜩 깬다. 바람막이를 입을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헤드랜턴과 장갑, 스틱 등을 챙긴 후 맨 뒤에서 일행을 쫓아 올라갔다.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문득 느낌이 이상했다. 이게 뭐지. 악~ 큰 일 났다. 등산화를 버스에 두고 운동화를 신고 내린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해야지~~’ 속으로 걱정이 천근만근 이었으나 떠난 버스를 되돌릴 수도 없고 좀 더 조심하면서 걸을 수밖에~ 비온 뒤라 바위들이 젖어 있어 더 미끄러웠다.

한계령코스는 계단으로 시작해 계속 오르막이었다.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걸었다.
와선대에서 누워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던 마고라는 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고 부른다.

얼마쯤 갔을까?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굴까? 하며 배낭을 벗고 휴대폰을 든다. 같이 온 지인 한명이 “도저히 힘들어 못 가겠다”고 해 다시 내려가서 B코스팀과 합류하도록 권유한 후 갈 길을 갔다. 내가 선택한 맨 앞에서 회원들을 리드하며 뒤에서 힘들다고 하면 “키우리 3분간 휴식~” 하고 큰소리를 외치며 간간히 웃게 해 준 나인 회원, 위험 코스가 오면 조심하라고 알려주며 선두에서 잘 안내를 해 준 이광호 회원 덕분에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걸어가다 보니 서서히 동이 터 오는지 조금씩 밝아졌다. 쉴 때마다 회원들의 가방에서 나오는 과일, 초콜릿 등으로 허기를 느낄 수 없다. “산을 빡세게 타고 나면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찐다”는 배학희 회원의 말에 공감했다.

날카롭고 미끄러운 바위들이 있던 위태위태한 코스들을 지나 끝청에 도착해 단체사진을 찍었다. 끝청에서 혀 빠질 뻔했다고 혀를 쭉 빼고 사진을 찍은 정영일 교수님 덕분에 웃음바다가 됐다.

어느덧 중청에 도착해 대청봉 방향을 보니 수줍은 새색시처럼 뿌연 안개에 가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뿌연 안개에 싸여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은 설악산은 5-6월에 대청봉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쉽사리 얼굴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청봉을 오른 후 다시 중청으로 내려와 배낭을 내려놓고 대청봉을 향해 달려 올라간다. 배낭을 벗으니 몸이 날아갈 것 같다. 대청봉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선 후 차례가 되어 단체사진을 찍었다.
화운각 대피소 헬기장에서 천불동을 배경으로

대청봉에서 내려와 중청대피소에서 식사를 했다. 각자 무겁게 지고 온 비장의 무기들을 내놓았다. 인기만점 이준웅 사장님의 연잎밥과 전복을 비롯, 박선재 과장님의 참치캔, 김병철 대장님의 막걸리(순희), 서영태 사장님의 복분자 등 온갖 산해진미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대청봉에서 하산하는 길에 조금씩 안개가 걷히면서 공룡능선 등이 보이면서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설악산이 왜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의 장가계, 황산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가진 설악산~.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산은 어느 계절이든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는 법이다.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하산 길에 천불동 계곡을 지나니 풍경이 장관이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용소들이 들어오라고 자꾸 손짓하는 것 같았다.

양폭대피소를 지나 식사 중이던 B코스팀을 만나 인근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모두가 지친 표정이었는데 광어와 우럭회에 한잔~쭉하고 나니 산행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저마다 무용담에 격려와 소회를 밝히니 자리가 한층 밝고 화기애애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처음 찾은 설악산은 나에게 감동과 겸손 배려를 안겨준 정말 값진 산행이었다.

정순용


/글=정순용 빛고을정신요양원 사회복지사
/사진=이광호 광주매일신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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