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6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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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途精進의 삶…양자강 뱃전에서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4> 중국 <1997년 8월, 양자강 배전에서 대취(大醉)하다>

  • 입력날짜 : 2014. 07.23. 20:29
‘황산’
양자강의 일부가 수몰된다기에 그 전에 꼭 가보아야겠다는 계획에 삼국지의 역사 현장인 양자강 대하를 여행하게 됐다.

중국 광주에서 황산을 거쳐 무한 황학루, 귀곡성을 거쳐 대형 선박에 몸을 싣고 소삼협까지 며칠을 선상 여행으로 거대한 자연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고교시절 고문공부에 심취할 무렵 고문진보 중 소동파의 적벽부에 매료되어 전 적벽부를 암송하며 평생 소동파의 예술적 삶과 학문 그리고 자유분방한 사상에 흉내라도 내면서 사는 것이 행복 할 것 같아 그 때의 영향으로 현재 화업과 학문적 관심에 빠졌다.

전 적벽부 중 양자강 달밤 아래서 조조가 읊은 시며 특히 인간 존재 가치와 출세간의 허명은 대자연 앞에는 좁쌀 한 알만도 못하다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는 시에는 매료되기 쉬운 멋 시이다. 우리의 신세는 망망대해에 떠있는 좁쌀 한 알만도 못한 미미한 존재(寄於天地 渺滄海之一粟)라고 말하고 있다.

‘황학루’
한편으로는 인생과 달리 영원히 흐르는 장강을 부러워한다는 글이기도 하다. 참으로 인간들을 매료시키는 명문(名文)이다. 동행했던 여러 선생님들, 특히 김서봉 전 미협 이사장님 그리고 고인이 되신 우하(宇下) 선생님, 학정 이돈흥 선생님과 대작하는데 한 잔 한 잔의 술에 많이 취하시고 나 또한 폭음을 하였다. 그러나 강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꽤 차갑고 뱃전의 맞바람이라 정신이 또렷하다.

그 옛날 삼국지의 흥망성쇠의 분위기를 상기하듯 학정 선생님과 나는 뱃전에 앉아 예술가의 삶을 논한다. 많이 취해 있었지만 1975년 서예를 배울 때 학정 선생님은 나에게 램브란트의 일화를 들려 주셨던 기억을 생각하게 한다.

걸식하는 램브란트가 거리에서 배회하다 친구 백작을 만나 돈을 얻어 식당과 화구점을 왔다 갔다 반복하다 결국 배고픔보다는 그림 그릴 수 있는 화구를 샀다는 이야기! 결국 예술가는 배부름의 단순함보다는 힘겨운 고난에도 오로지 좋은 작품에 혼신을 다해야만 하는 직업으로 어려운 길이기에 쉽게 선택해도 안 되지만 선택했다면 예술에 몰입하라는, 아니 미치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한다(不狂不及)라는 이야기가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뱃전은 물살을 가르며 별도 뜨지 않는 먹빛 하늘 때문인지 강가의 사람 사는 동네 불빛이 별 빛 만큼이나 아름답다. 많이 취하신 선생님은 그 날 나에게 “힘겨운 길이지? 하시면서 그러나 너를 무척 좋아한다”라는 격려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황산 입석대’
한사람의 건실한 삶은 단 한줄기의 글귀나 아니면 스승의 한마디 교훈이 그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방향을 제시해준 여러 스승에 의해 장도(壯途)의 양자강을 거슬러 오르듯 지금까지 정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혹 풍랑을 만나더라도 굴하지 않고 충실한 예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뿐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양자강 배전에서’


‘장강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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