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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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위로·예술정신 품은 동네 사랑방 만들고 싶어”
■ 양림동에 문 연 한희원미술관 가보니…

서양화가 한희원씨, 낡고 빈 한옥 매입해 새 단장
‘근대문화보고’ 양림동 역사 관련 전시 기획 주력

고향이자 정신적 뿌리인 양림동 알리는 공간될 것
“누구든 지나가다 편히 들리세요” 무인카페 마련

  • 입력날짜 : 2015. 07.30. 19:17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서양화가 한희원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열었지만,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과 같은 곳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사직공원을 중심으로 우일선 선교사 자택, 수피아여고, 이장우 가옥, 오웬 기념각 등 곳곳에 근대 건축물들이 흩어져 있는 곳. 또 이처럼 근대 역사적 흔적을 따지지 않더라도, 들어서면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골목길이 마냥 즐비한 동네. 길 어귀마다 옛것의 낡음이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새것의 풋풋함도 이와 어우러진 공간, 바로 양림동이다.

이런 양림동과 꼭 빼닮은 미술관이 그 터에 둥지를 틀었다. 서양화가 한희원(60)씨가 최근 광주 남구 양림동 166-10번지 소재 한옥을 리모델링해 문 연 ‘한희원 미술관’이 그 곳.

주인장과 동네, 미술관은 똑같은 향기를 낸다. 내성적인 듯 조용하고 소담스럽지만, 더불어 나누고 낡은 것을 지키자는 일념으로 내공을 키운 낭만주의가 흐른다.

미술관은 지난 1967년 지어진 한옥을 새로 꾸민 것이다. 오랜 시간 비어있던 낡은 한옥을 사비로 사들여 고쳤지만, 주춧돌이나 지붕 등 한옥의 골조는 그대로 보존해 살렸다. 지난 세월이 깃든 멋스러움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었단다. 대문과 전시장 내 테이블도 건설 현장에서 쓰이던 낡은 철제 구조물을 주워 그대로 엮어 만들었다. 양림동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양림동은 예향과 의향인 광주정신의 중요한 모태가 된 뿌리 같은 곳입니다. 나의 고향이자 정신적인 모든 토대를 제공해준 곳이기도 하지요. 이런 소중한 곳의 낡음을 더 지켜내고,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 싶어 미술관을 열었어요.”

광주 남구 양림동에 문을 연 한희원미술관. 서양화가 한희원씨는 최근 양림동 소재 한옥을 고쳐 미술관을 열어 양림동과 관련된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미술관을 미술관으로 등록할 생각이 없다. 미술관으로 등록해 거대한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한 작가는 문패가 미술관일 뿐인 ‘동네 사랑방’을 만들고 싶단다.

“동네 사람들이 문턱을 느끼지 않고 들어서서 차 한잔 마시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습니다. 전시 역시 양림동과 관련된 일, 사람, 예술을 논하는 장으로 기획하고 싶고요. 저는 양림동의 정신은 ‘사랑’과 ‘위로’, ‘예술’이라는 3가지 축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 요소들을 녹여내 지나가다 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안식처만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어요. 미술관은 그래서 만든 겁니다.”

개관 기념으로 내걸린 한 작가의 전시작품들도 대부분이 양림동과 관련된 것이다. 과거의 양림동 일대 골목을 그려낸 작품과 그 속의 잔잔한 풍광을 담아낸 캔버스들이 다정하게 전시돼 있다.

전시장보다 더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옆 커피숍 공간. 양림동의 버려진 옛 창문틀이 어엿한 캔버스 틀로 다시 태어난 한 작가의 소품들이 벽을 장식한 이 공간에선 무인카페가 가동되고 있다. 쉬고 즐기며 차한잔 하다 가라고 커피와 녹차, 허브차 등 모든 재료를 완비해 갖춰놓았다. 마음껏 즐기고 가라며 마지막에 ‘2천원’이라고 써놓았지만 2만원을 내고 간들, 그냥 간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이 미술관의 향기이자, 주인장의 넉넉한 성품이다.

한 작가는 작업에만 열중해온 내성적인 화가이자 시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사회적인 문화운동에 많이 가담하게 된 예술인이기도 하다. 조용하지만 강단진 품성 탓이겠다.

그는 5년 전부터 ‘굿모닝 양림축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축제를 기획, 양림동 문화운동의 터줏대감이 됐다.

“굿모닝 양림축제를 처음 기획할 때 정한 기준이 술과 음식이 없는 축제, 기관장의 축사가 없는 조용한 인문학적 축제였어요. 처음에는 주민들과 다른 관계자들이 서운해하며 우려했는데 어느새 양림동만의 강점이 됐고 양림동 축제만의 차별점이 됐죠. 앞으로도 계속 양림동의 모든 공간과 축제, 사람은 서로 위로받고 사색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한희원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062-653-5435./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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