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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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모습으로 性의 경계 넘나들다
亞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페스티벌 작품 카와구치 타카오 ‘오노 카즈오에 관하여’

“아름다운 것만이 美가 아니다” 의식 확장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속 정체성 표현

  • 입력날짜 : 2015. 09.09. 18:42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막페스티벌에 초청된 카와구치 타카오의 작품 ‘오노 카즈오에 관하여’ 공연이 지난 8일 밤 8시 예술극장 오픈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바닥에 쓰레기가 널려있는 오픈홀에서 카와구치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8일 밤 8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오픈홀은 ‘카와구치 타카오’의 공연 무대가 됐다.

내부에 들어서자 바닥에는 그물망, 사다리, 전깃줄, 빈 페트병, 천 쪼가리 등 온갖 쓰레기가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카와구치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자유자재로 타며 그 많은 쓰레기들을 머리에 이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슴에 품었다. 공연장 가운데에 있던 사다리에 올라가더니 아슬아슬하게 거꾸로 매달려 버티기도 한다.

그러더니 그가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 던진다. 카와구치의 나체를 본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이면서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카와구치 가까이로 향한다.

자신의 알몸이 부끄러운지 카와구치는 모든 쓰레기들을 이용해 자신의 몸 전체를 가리려 애쓴다. 오픈홀 주변에는 몇 개의 옷가지들이 걸린 행거가 마련돼 있고, 뒤편에는 이 공연의 주제를 설명해 주는 영상이 틀어져 있다. 작품의 큰 주제는 총 3가지로, ‘아르헨티나를 찬양하며(Admiring la Argentina), 나의 어머니(My mother), 사해(The Dead Sea)’로 구성돼 있다. 카와구치는 각 주제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옷을 꺼내 입고 주제에 맞는 춤을 춘다. 옷에 따라 그는 여자가 되기도 하고 남자가 되기도 한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 ‘라 아르헨티나를 찬양하며’가 주제로 다시 나오고, 카와구치는 빨간 조명 아래 슬픈 표정으로 홀로 탱고를 추며 공연이 막을 내린다.

카와구치 타카오<사진 가운데>가 지난 8일 밤 ‘오노 카즈오에 관하여’ 공연을 마치고 오픈홀 객석 위 공간에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페스티벌 공연 30개 작품 중 하나인 ‘카와구치 타카오’의 ‘오노 카즈오에 관하여’란 작품 이야기다.

예술극장 오픈홀에서 지난 7-8일 이틀에 걸쳐 공연은 이어졌다. 120여명의 관객이 모인 지난 8일 저녁 공연을 마치고 카와구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작품은 일본 부토의 창시자인 ‘오노 카즈오’에 감명을 받은 카와구치가 ‘고인이 된 오노’에 대한 존경심과 찬양으로 오노의 살아생전 움직임 전체를 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부토’는 일본 전통 예술인 노(能)와 가부키가 서양의 현대무용과 만나 탄생한 무용의 한 장르로, 징그럽고 흉물스런 육체로 춤을 추는 것이다. 주로 ‘죽음’을 주제로 다루며, ‘아름다운 것만이 미가 아니다’라는 무용 의식의 확장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카와구치는 오노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평론가 방혜진씨는 “‘본 적도 없는’ 오노의 내면을 어떻게, 왜 재현하게 됐느냐”고 카와구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작품을 연출하고 연기를 선보였던 카와구치는 “나는 오노 카즈오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오노가 되는 것을 바랐다. 나는 오노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공부하고 그의 테크닉 자체를 따라가고자 했다”며 “나는 오노의 정신이 아니라 테크닉과 형태를 표현하고 싶어 했다. ‘전혀, 아무것도 피력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장 내 쓰레기들과 폐기물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카와구치는 “처음에 쓰레기를 짊어졌던 것은 나의 즉흥적인 표현이었다. 나가노 치아키 실험영화 감독이 ‘더러운 것, 쓰레기’에 대해 논한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내 작품에도 인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와구치는 또 “나는 단 한번도 오노의 공연을 본 적도, 그를 만난적도 없다. 하지만 우연한 오노의 작품을 보며 내가 ‘게이(남성 동성애자)’란 정체성을 깨닫게 됐다”면서 “그런 오노에게 나는 정말 감사하고 그에게 이 작품을 바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와구치는 “문화전당 개관 페스티벌에 초대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처음 광주에 오게 돼 더더욱 기쁘고 문화전당이 번창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정겨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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