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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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설렘…정겨운 사람들과 잊지 못할 하루의 추억
키우리산악회와 함께 떠난 통영 욕지도

  • 입력날짜 : 2015. 09.16. 19:28
산행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은 회원들.
지난 12일 오전 5시. 평소 기상시간보다 한참 빠른 시간이지만 웬일로 가뿐하게 눈이 떠졌다. 이 날은 바로 산학협동연구원에 입사해 처음 맞는 키우리 산행 날이었기 때문이다. 전 날 등산에 필요한 복장이며 각종 도구들을 미리 잘 챙겨놓은 덕분에 집에서 다소 여유 있게 나올 수 있었다.

김연우
하지만 술술 풀릴 것 같던 하루가 꼬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집결지인 광주비엔날레 주차장으로 약속 시간인 6시까지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휑한 주차장의 전경을 보고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때마침 걸려온 키우리 원장님의 전화를 받고, 내가 장소를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갖 여유를 부리며 나온 것이 무색하게, 나는 그 길로 헐레벌떡 택시를 잡았다. 그렇게 겨우 제 장소를 찾아서 마침내 발견한 키우리 산악회의 관광버스로 뛰어간 나의 첫 인사는 “안녕하세요” 혹은 “반갑습니다”도 아닌 “죄송합니다”였다. 험난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여겨지던 첫 순간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등대앞에서 한 컷.
하지만 이런 나를 배려해 젊은 총무님께서는 센스있는 멘트로 버스 안에서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나가셨다.

처음 뵙는 많은 분들 앞에서 자기소개도 하고 옆자리에 앉은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통영시내에 도착했다.

광주에서는 볼 수 없는 연해가 창 밖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 ‘내가 정말 통영에 왔구나’ 하는 걸 비로소 실감했다.

통영 시내를 가로지르다 마침내 삼덕항에 도착해, 오전 9시 욕지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삼덕항에서 욕지도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되는데, 간만에 타는 배라 그런지 모든 풍경들이 생경하게 비춰졌다. 그래서 나는 객실 안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눈앞에 펼쳐진 섬들과, 배가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하얀 파도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났을까, 우렁찬 뱃고동소리와 함께 욕지도에 배의 발판이 서서히 내려졌다. 좋다고 말로만 전해 듣고,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봤던 욕지도에 내가 드디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숲, 그리고 바다로 어울려 한폭의 그림같은 욕지도 풍경.
이 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됐었다. 그래서인지 날이 내내 흐렸는데 빗방울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기던 참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 욕지도 안내표지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본격 산행에 나서려는데 구름이 머금고 있던 빗방울이 그 때부터 한 방울씩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산행은 욕지도의 천황산 등반을 목표로 했고, 따라서 코스도 A코스 하나만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변수인 비에 의해 생긴 미끄러운 지면 때문에 자연스레 등반 팀과 트래킹 팀, 두 팀으로 나뉘게 됐다.

나는 트래킹 팀을 따라 해변 순환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욕지도의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흐린 하늘에도 불구하고 감출 수 없는 욕지도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꺾어지는 절벽과 숲, 그리고 해안을 넘나드는 욕지도는 가히 예술 그 자체였다. 또 도로 중간 중간 자리한 원색의 소박한 들꽃들까지, 한 순간도 이곳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밀려와 해안가에 그대로 늘어져있는 쓰레기들이 보일 때는 마음이 영 좋지 못했다.

욕지도로 향하는 선상에서.
그렇게 정오까지 열심히 걷다 회원 분들과 다 같이 모여 도시락을 열었다. 돗자리 위에 펼쳐진 진수성찬에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또한 식사를 하며 나는 나눔의 미덕이라는 것이 무언지 제대로 배웠다.

한참 즐거운 식사가 이어질 무렵, 잠시 잠잠하나 싶었던 불청객인 빗줄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가랑비 정도라 그러려니 했지만 이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바람에 후다닥 식사를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조금 더 이어진 트래킹을 끝마치고 우리는 다시 통영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통영에 들러 회원 분들과 함께 맛있는 회도 먹고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금방 하늘이 노을빛을 띄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왜 이 산행을 앞두고 왜 그렇게 걱정을 했었나’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처음’이라는 것은 설렘 혹은 걱정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두 개의 마음 중 걱정에 좀 더 비중을 싣고 있었던 것이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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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비때문에 소중한 경험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저마다의 책갈피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그리움들.
처음 뵈었지만 너무나도 정다웠던 키우리 산악회 회원 분들, 난생 처음 방문한 통영과 욕지도, 그리고 처음 접한 그곳의 잊지 못할 풍경까지. 모두 다 처음이라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각인 될 기억이다. 다음에는 어떤 추억이 키우리 산행을 통해 새겨질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김연우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연구조사부 연구원)

/사진=이광호 (광주매일신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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