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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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풍광 둘러싼 ‘동화 속 호수마을’ 神의 휴양지
6.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가다
그림 같은 자연 절경과 소금광산·장묘문화 어우러져 이색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옛 모습 그대로’
‘할슈타트는 우리가 지킨다’ 지역민 자부심·관리체계 강점

  • 입력날짜 : 2015. 11.05. 18:30
‘신의 휴양지’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할슈타트’.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할슈타트는 투명한 호숫가에 집과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어 ‘동화 속 산중 호수마을’로 불리며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이 사는 땅에서 이보다 더 멋진 풍경이 존재할까. ‘동화 속 산중 호수마을’이란 표현이 딱 맞겠다. 우리가 통상 먼 나라 엽서에서나 봤을법한 아름다운 풍광 그 자체다. 만년설이 덮인 고봉들과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 모습은, 현실의 삶마저 잊게 할 만큼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Hallstatt) 이야기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어 아름다운 풍경과 터전이 고스란히 잘 보존돼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관광업으로 모든 지역민이 먹고 산다. 여행객이라면 가장 동경하는 곳, 할슈타트로 가보자.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 더 낭만적인 할슈타트 중앙광장.
◇ 절경·낭만 최고 ‘잘츠카머구트의 진주’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는 사실 ‘알프스의 나라’다. 만년설과 빙하, 아름다운 호수마을까지 알프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풍경이 오스트리아에 집약돼 있다.

그 중에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동쪽에 자리 잡은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는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개의 호수가 어우러져 그림엽서 같은 경치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마을은 호숫가에 자리 잡은 휴양지 ‘할슈타트(Hallstatt)’다. 보통 여행객들은 잘츠부르크를 거쳐 할슈타트로 이동하는데,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40분가량 걸려 도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봄의 왈츠’와 대한항공 CF ‘동유럽, 귀를 기울이면’ 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신의 휴양지’라 불리고 ‘잘츠카머구트의 흑진주’로도 꼽힐 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낭만이 흐르는 마을이다. 성탄절 카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할슈타트의 짙고 푸르른 산과 파랗고 높은 하늘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경이로움까지 선사한다. 맑은 호수엔 병풍처럼 두른 알프스 설산이 투영돼 있다. 빛과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마을을 둘러싼 산들은 높기 그지없다. 마을 뒤 북알프스의 다흐슈타인산 높이는 3천800m.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배로만 들어갈 수 있었던 곳이란다.

또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지어진 아기자기한 집들과 언덕 위 교회 등은 여행객의 탄성을 절로 유도한다. 얼핏 봐도 오래된 듯한 중앙광장의 분수와 좁은 골목을 메운 목조 건물들은 고풍스럽고 운치도 있다.

◇ ‘세계 최초 소금광산’ 흔적 오롯이

할슈타트는 자연 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기원전 2000년부터 형성됐던 ‘전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기원전 1000년부터 유럽 초기 철기 문화가 융성했다. 할슈타트 이름 역시 고대 켈트어로 ‘소금’의 의미를 담은 ‘할(hal)’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할슈타트에서는 소금광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 뒤쪽 다흐슈타인산에 올라가면 광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면 옛날에 소금을 캘 때 사용했던 도구들도 전시해놨고 광산 벽에 붙은 소금 결정도 남아 있어 신기하다. 지금까지도 이곳에선 소금이 채굴되고 있다. 마을 기념품점 곳곳에서도 소금이나 암염조각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할슈타트는 아름다운 풍경과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도부터 ‘할슈타트-다흐슈타인 잘츠카머구트 문화경관(Hallstatt-Dachstein Salzkammergut Cultural Landscape)’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마을 전체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묘지 바인하우스에 전시돼 있는 유골 모습.
◇ ‘유골에 그림 그리는 장묘문화’ 눈길

그리고 할슈타트만의 독특한 문화역사유적이 있으니, 바로 해골사원으로도 불리는 ‘묘지 바인하우스(Beinhaus)’이다. 할슈타트의 후기 고딕 양식 교회인 파르 교회 뒤에 자리한 바인하우스는 1600년 이래로 유골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소금 탓인지 오스트리아에서 최초로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묘지에 있는 할슈타트 분묘군 유적이다. 소금광산의 광부 시신이 소금에 염장돼 발견되기도 했단다.

심한 경사를 이룬 좁은 지형 때문에 묘지에 일정 기간만 매장해뒀다가 유족들은 다시 유골을 발굴한 뒤 건조시킨다. 이후 유족들은 그 유골에 색을 칠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혹은 망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납골당에 보관한다. 이 특이한 장묘 문화를 일컬어 ‘할슈타트 문화’라 칭하는데, 이런 유골들이 여전히 묘지 한 켠에 600여개 가량 보관돼 있다. 물론 이 독특한 장묘문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철제로 된 묘비들도 눈에 띄게 많아 유럽 초기 철기문화가 융성했던 할슈타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묘지가 삶의 공간 한복판에 공원처럼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묘지와 납골당이 마을의 한가운데 중심지에서 위치해 있는데도 싱싱한 화초와 꽃들로 가득차 있어 죽은 자의 공간이란 거리감보다는 공원 산책길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 떠난 자와 여전히 남아있는 자들이 그렇게 일상처럼 공존해 있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해 운치를 자아낸다.
◇ 주민 스스로 역사·유산 보전 관광화

현재의 소금산업이 에벤호지역으로 옮겨감에 따라, 관광산업이 주된 할슈타트의 산업이 됐다. 현재 인구가 1천명도 채 되지 않아 20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아름다운 호수와 산을 깎아 만든 집들로 이뤄진 할슈타트는 관광객들을 쉼 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원래 소금광산이 있던 곳이지만, 낡은 폐광촌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래돼 더욱 빛나는 동화 속 공간 같다.

두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위대한 문화유산이 아우러진 공간이 바로 할슈타트인 것이다. 또 이 같은 자연과 유산, 옛 모습을 고스란히 보전해 관광으로 활용하는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할슈타트가 관광으로 먹고사는 유명 휴양지가 된 것은 원래부터 주어진 자연경관의 힘만은 아니다. 할슈타트의 유적과 자연을 지역민 스스로 자체 관리하는 시스템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할슈타트는 우리가 지키겠다’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지역민들의 의식과 자부심이 매우 강한 곳이다. 그리고 모든 가구가 민박업을 하지만,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정신은 ‘욕심 없는 삶’이라고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현대식 관광업으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여행객에게 보이며 주어진 수입만큼만 벌어들여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대부분의 가구가 집안대대로 그 집에서 태어나 자라 민박업을 이어받고, 할슈타트 바깥의 세상을 잘 모르는 독특한 환경 탓이기도 하다.

해서 할슈타트 호수에서만 나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여행객이 오면 민박을 하고 오지 않으면 쉬는 그들의 여유 있는 삶이 눈부신 자연과 만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장할 수 없는 그 자연스러운 평온은 그래서 속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계속 불러들여 여행하게 하는 매력으로 꼽힌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진은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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