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6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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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속의 질서’…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는 행복한 순례자들의 땅
<69> ‘찬란한 문명의 大地’…인도
생존의 간절함속에서 피어나는 미소

  • 입력날짜 : 2015. 11.11. 19:04
박종석 作 ‘까마귀와 비들기의 생존 혈투’
타지마할 부근 민가에서 동네 꼬마들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을 때에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귀향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특히 건강에 이상이 생길 때에는 더욱 그렇다. 아마도 절박한 그리움의 감정반응일 것이다.

첫 번째 인도 여행 중 적응장애를 심하게 겪고 내일 오전이면 이곳 인도문이 보이는 뭄바이 아라비아 해를 떠나 일본을 경유해 그리운 둥지로 날아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한달간의 여행 중 절반을 복통으로 인해 탈진한 육신 덩어리가 신토불이의 식사인 김치 그리고 된장국을 간절하게 요구한다.

조금은 사치스런 생각이지만 인도의 고급 음식도 도저히 적응 할 수 없었다. 3일 동안은 숙소에서 꼼짝 못하고 피골이 상접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단식으로 보름간을 끝까지 버티기로 마음먹었지만 단 하루 남긴 시간인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마지막 밤을 뜬눈으로 보낸다.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5시에 스케치북을 챙겨들고 타지마할 호텔 앞 아라비아 해변가 거리에 나아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지친 몸이었으나 새벽빛의 아름다움과 이제는 집에 가서 토종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가 태양의 떠오름이었다.

붉은 고춧가루를 닮은 해면을 무심히 바라보는 가운데 도시 삶의 다양한 생동감이 눈에 띈다.

속도과 방향에 헤갈리는 현대인들의 초상’
해변 가장자리에 위치한 야외 예식장의 행사장에서 어제 밤에 부유한 양가의 결혼식 잔치로 시끄럽게 연주소리가 울리고 하객의 부산함을 봤는데 새벽에 종업원들이 정리하는 모습이 바쁘다.

새벽 운동하는 사람과 부지런한 걸인도, 청소하는 여인도, 밤사이에 흘린 빵 부스러기를 찾아 나선 까마귀 떼와 갈매기들의 전투적인 모습이 상생(相生)의 조화로 어우러진다.

쉽게 이해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시계속의 부품처럼 혼란스러운데 정확한 초침이 순간의 때를 맞추는 듯하다.

혼돈 속에 질서처럼 빈자와 부자가 인과응보로 수용하고 추함과 아름다움이, 인간과 동물이 둘이 아닌 것처럼 서로를 빛나게 하고 버릴 것도 얻을 것도 없는 곳이 바로 인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매력이 7번의 여행을 낳게 해 1년 이상을 머무르게 했다. 그러나 인도 서민의 음식이나 식수는 대장균이 많아서인지 가끔 복통을 일으킬 경우가 있다. 보름간을 이 증세에 시달렸으니 어지간한 다짐으로는 한 달 기한을 채우지 못했으리라.

‘‘뭄바이대학의 시계탑’
간절한 이 기간에 우리 식단을 인체가 요구하기에 그 뒤로는 세계 오지 어디를 다녀도 간편한 묵은 김치와 된장은 필수품이 됐다. 고추장 한 숟가락은 보약이자 현대인이 선호하는 비아그라 이상이다.

경험상 여행 중 의식주 가운데 먹는 것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맛있는 것을 선호하는 미식가 차원이 아니라 생명유지의 최소 식단이면 족하다. 직접 만든 담백한 수제비에 된장과 소금, 오이 한 조각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가끔은 열대 과일을 다량 섭취하기도 하지만, 다만 설사나 복통으로 인해 건강을 해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철저한 우리식 소찬(素饌)이면 된다.

그래서 작은 배낭에 아예 음식만 담아 짊어진다. 전체 무게가 20㎏을 훨씬 넘지만 화구가 든 배낭과 음식배낭은 항상 몸에 붙이고 다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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